딴지 좀 걸어볼까

: 내가 데려다줄게

by 윌버와 샬롯

학교 가는 언니를 데려다주겠다고 미취학 동생이 따라나선다. 현관 앞이 아닌 거실 쯤에서 주섬주섬 신발을 신는 걸 보니 동생이 꽤 어려 보인다. 동생과 키가 그리 차이 나지 않는 것이 언니 또한 저학년쯤 되는 어린 친구임이 분명하다. 귀찮은 언니는 집에 가라고 계속 말하지만 동생은 언니의 학교 가는 길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이제부터 등굣길은 언니와 동생의 로드무비가 된다. 이때쯤 아이들 귓가에도 BGM으로 김광민의 피아노곡 '학교 가는 길'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신발 가게 아저씨한테 90도로 꾸벅 인사하는 기특한 자매지만 이 동네는 좀 낯설다. 첫 번째 딴지를 걸자면 초등학생이 학교에 등교하는 시간이 8시와 9시 사이일 텐데 벌써부터 문이 열려 있는 상점이 꽤 있다. 문방구와 빵집 빼고는 의아하다. 그 아침부터 어묵과 떡볶이를 조리하고 있는 분식집 사장이라니. 그래, 이 동네는 좀 특별하다 치자. 부지런한 열혈 사장님들이 모인 마을이라고 하자. 어라, 근데 아이들이 육교를 건너네. 아이들이라기보다 애기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꼬맹이 둘이서 육교를 건너고 있다. 두 번째 딴지를 걸겠다. 아이들을 품에서 옥이야금이야 티끌만큼의 상처도 없이 노심초사 키우려 애썼던 터라 (그게 어디 나뿐이겠는가) 어린아이들에게는 생각보다 꽤나 먼 등굣길이 걱정 많은 엄마 마음으로는 아슬아슬하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 급기야 성난 개의 습격까지, 이건 뭐 학교 가는 길이 위험천만한 일 아니겠나. 학교 근처에서 사람에게 차량에게 아이가 사고를 당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니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과한 노파심을 이해 못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개에 놀란 자매는 서둘러 학교에 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언니의 태도가 바뀐다. 동생 손을 꼭 잡은 보호자 모드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왜 동생을 데려왔냐며 핀잔을 주는 같은 반 아이에게 두 팔을 허리에 대고 동생을 두둔한다. 그뿐이겠는가. 시무룩해진 동생을 위해 하굣길에선 떡꼬치까지 사주는 언니라니, 어디 언니 없는 사람은 서러워 쓰겠나. 여기서 잠깐 세 번째 딴지가 기다리고 있다. 자매는 학교를 가고 수업까지 내내 같이 듣고 집에까지 왔다. 담임선생님은 분명 집에 전화를 걸겠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동생을 데리러 집에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추측해 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을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아이는 인사를 하며 집에 나가고 들어오는데 사람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다. 밭일이 바빠 아이 볼 사람이 없어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에 왔다는 예전 60~70년대 배경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마을은 분명 농사짓는 시골도 아니다.


"어머니, 동생이 학교에 언니를 따라왔더라고요."


"어머나, 선생님. 그래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그렇다면 학교 간 김에 언니 옆에서 오늘은 좀 있게 해 주시면 안 되나요?"


"……."


아이들의 보호자는 자유로운 영혼이거나 염치없는 막무가내 진상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시간에 원래 아무도 없어 꼬맹이 동생이 언니가 올 때까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할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언니는 그런 동생이 안타깝기도 하니까 억지로 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건 아닐까. 너무 나갔나. 그래, 맞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림책은 그림책일 뿐이니까. 그저 이 책은 언니와 동생의 아기자기한 신나는 학교 길을 흐뭇하게 웃으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형제나 자매의 어린 시절 한 장면을 독자에게 떠오르게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해내는 책이다. 항상 혼자서 학교를 다니던 나로선 그저 판타지 같은 부러움의 추억이겠지만. 분식점 같은 시시콜콜한 재미는 없지만 꽃과 나무가 아름다워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학교를 다니던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언젠가 오빠는 말했었다. "나중에 커서도 그 등하교 길을 아이는 잊지 못하겠지?"


귀에선 여전히 '학교 가는 길' 멜로디가 흐르고 있다. 학교에서 선생이 아이를 해하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기함할 뉴스를 보며 우리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있는 학교에서는 지금 어떤 배경음악이 서로에게 흐를지, 호러의 굉음일지 이 봄날 새들의 지저귐일지 생각해 본다. 여기 책 속 귀여운 자매처럼 아이와 선생님 모두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부디 아무 일 없이 학교를 잘 다녀오길 바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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