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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그림 보며 든 생각

by 윌버와 샬롯

동물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동물이 있는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괜스레 친숙한 동물은 있다. 내겐 토끼!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토끼띠라는 것 때문.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띠 동물에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을지.

만약 내가 뱀띠였다면, 쥐띠였다면, 그래도 그 동물 캐릭터성 귀염의 이미지를 품고 있을지.


어느 절에 있는 자신의 띠 석상 옆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동물원에서 실제 그 동물들을 보게 된다면 아, 나의 뱀이다, 꺄악 나의 쥐야, 그럴까 싶은 것이다. 혹시 쥐띠인 사람들은 자신의 띠 동물을 내면에서 미키마우스처럼 이미지화하고 있을까 싶은 것이다. (노파심이지만 이건 분명 동물에 대한 보편적이고도 개인적 감정이지 특정 동물에 대한 혐오 문제는 절대로 아님을 밝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필 난 토끼가 되었다.


실제 토끼가 어떤 동물인지 세세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그냥 귀염의 대표 동물이 내게는 되었다. 그리고 어디서든 그 관련된 것들을 보게 되면 괜히 더 애착이 가게 마련인 것이다. 그저 토끼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와 같은 띠를 가진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 있을까?


뱅크아트페어


그러니 이렇게 그림을 보더라도 어떤 동물보다도 토끼가 더 눈에 띄는 것이다. 마치 나 자신을 찾을 것처럼. 마치 화가가 그린 저 귀염이 나인 것처럼. 참으로 주책스럽게도. 나이가 더 들어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앙증맞은 토끼가 나의 띠가 된 것이 괜찮다 싶을까.


선택할 수 없는, 태어나면서부터 규정되는 나의 다른 수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여자여서 갖는 페미, 막내여서 갖는 위계에 대한 저항, 대전이어서 갖는 이글스의 마음 더불어 노잼 도시라는 말에 (실제 그렇지만) 발끈하는 그러다 가족도 아니면서 성심당에 자부심 느끼는.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들이 모여 내가 되었다.


당신은 무슨 띠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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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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