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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괜찮나요?

: 나의 사랑, 매기

by 윌버와 샬롯

세상에 균형된 사랑이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똑같이 그만큼만 나를 사랑해 주는 것. 만약 그렇다면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시소, 그것만큼 재미없는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균형되지 않는 사랑으로 세상에는 종종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움직이지 않는 시소 때문에 정말 재미가 없어져서 어떤 사람들은 기울어진 사랑을 택하는 걸까. 그것이 끝내 상처가 될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한 가지 분명하게 좋았던 건 더 이상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지구상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명 나의 짝은 누구일까, 세상을 다 돌아볼 수도 없는데 과연 찾을 수나 있을까, 하는 지상 최대의 숙제이며 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정답의 유무와 상관없이 답안지를 제출하니 후련했다. 밀당이니 누구를 그리워한다느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한 한 사람에게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가정에게 이제는 충실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순해져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남의 연애에도 관심이 사라진 정말 아줌마가 된 것이다. 더불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하는 치정 드라마에 분개하는 본처 성향을 내뿜기도 하는 아줌마인 것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했던가. 인간은 어쨌거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갖고 사는 것이 숙명 같으니까. 결혼을 해봐서 알겠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은 아니라는 것. 탁구처럼 주고받는 사랑이 손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둘 중 하나는 기울어진 사랑을 해 저 멀리 탁구공이 혼자 날아가는 것도 사실임을.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속 결말처럼 숭고한 사랑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사랑도 아님을 알겠다.


비록 불륜이라지만 그래도 여기 소설 속 재훈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 그가 내 전직 사무실 풍경이 잠시 떠오르는 출판사 직원이라서, 안목 없는 대표 때문에 개미 굿즈를 만들고만 어린이 도서 관계자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기적인 매기의 사랑이라는 시소에 충분히 올라탔으니, 계속 기울기만 하는 사랑으로 돌아오지 않는 탁구공에 할 만큼 했으니 더 이상 후회는 없을 거라는, 결국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끝을 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난 재훈에게 오는 다음 사랑은 조금은 균형된 사랑이, 혹은 더 그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쇼잉도 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사랑을 해보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나의 감정 또한 이것은 분명 소설이니까 가능한 연민의 차원이 아닐까 싶다.


다음 생의 캐릭터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팜므파탈로 살고 싶다고 종종 우스개 소리를 하는 난 정작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좋아하고 갈팡질팡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채널을 참지 못하고 돌리고 마는데, 복잡한 건 딱 질색인 현세의 내가 과연 다음 생에선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지 궁금도 하다. 부디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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