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제목 패러디
맞춤이 아닌 이상 내 발에 딱 맞는 맘에 드는 신발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쇼핑보다도 신발 고르기가 가장 힘들다. 맘에 들면 하필 그날 사이즈가 없고 구매할 때는 괜찮았지만 신다 보니 여러 불편이 생겨난다. 디자인도 내 취향이고 적당한 높이에 발볼이 넓은 내게도 발가락이 아프지 않을, 발등을 누르지 않는 편안한, 그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완벽한 신발은 참 만나기가 어렵다.
운 좋게 행운의 신발을 찾게 되면 신나서 그것만 신는다. 그러다 보니 금방 닳게 된다. 할 수 있는 한 수선에 의지하고 끝내 이별의 순간을 직감하면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고 비슷한 신발 쇼핑에 한참을 인터넷에서 헤맨다. 어찌 알았는지 알고리즘엔 신발만 노출되어 아이쇼핑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랜만에 운동화를 샀다. 최적의 신발을 찾기 위해 많이도 신고 매장에서 걸어봤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내 요구를 묵묵히 모두 들어준 젊은 점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내게 신발은 중요한 문제니까.
딱 맞는 신발을 찾으면,
난 더 많이 걸을 것이다.
난 더 많이 뛸 것이다.
난 더 많이 용기를 낼 것이다.
아, 어쩌지.
좀 불편한 이 슬픈 예감은.
첫날이라 그럴 거야,
더 신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그럴 거야,
꼭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기대한다, 이 신발과 함께할 앞으로의 여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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