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고치길 참 잘했다

: 구두 수선 아저씨

by 윌버와 샬롯

구두 깔창이 떨어져서 집 근처 사거리에 있는 구두 수선집에 갔었어. 떨어진 밑창 좀 붙여달라고 말하기가 조금은 창피해서 꽤 오래도록 그냥 그런 채로 신고 다녔었거든. 역시 신발은 처음부터 좋은걸 사야 하는데 '싼 거 사니 이렇지'하며 조금 후회도 했지.

그래도 오늘은 나름 큰 용기를 내고 신발을 비닐백에 넣어서 사거리로 나왔어. 매일 지나가기만 하고 들어가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 폭은 좁지만 안으로 길쭉한 그곳, 그 안에는 없는 것이 없더라. 당장 눈에 띄는 게 선풍기밖에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아저씨한테,

"올여름 여기서 어떻게 보내셨어요? 고생하셨겠어요."라고 물으니 아저씨는 뭐 쿨하게,

"저기 위에 에어컨 있어요." 그러시잖아.

"아, 저기 위에 있구나." 하며 내가 좀 민망해하니까 아저씨는 저기 텔레비전도 있고, 여기에는 밥솥도 있다며 너스레 떠시네. 그러시면서,


"그래도 난 이 일이 좋아요. 열쇠 만들 때도 재미있고 아주 좋아. 우리 손자가 그래요. '할아버지는 왜 냄새나는 남의 신발 고치고 그래요?'라고 하는데, 난 여기 나와서 이 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갑자기 아저씨가 내 낡은 신발 밑창 붙여주는 일마저도 매우 숭고하게 보였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아저씨가 괜스레 부럽더라.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거,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당신은 뭐 할 때가 행복해? 뭐할 때가 재미있어? 난 아직도 나만의 그것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강의 들으러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 그리고 이렇게 글도 써보기 시작했어. 난 당신도 당신만의 소중한 것을 찾길 바라.

신발장에 멀쩡하지만 조금 유행이 지나 안 신고 있는 구두를 모아서 여기 아저씨한테 리폼 맡겨야겠어. 앞으로는 사거리 지날 때마다 수선 아저씨도 힐끔 볼 것 같고, 해주신 말씀도 가끔 생각날 것 같아.


오늘 구두 고치길 잘한 것 같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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