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는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가 흘러나온다. 97년에 나온 음악이니 20년이 넘은 곡이다. 이 노래가 들리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소꿉친구 중 한 친구의 이야기다.
5학년 때까지는 무리를 지어 친구를 사귀지 못했었다. 한 학년에 같은 반 친구 중 친한 친구 하나 둘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을 오래도록 깊게 사귀는 편이라 현재도 여러 명 그룹 지어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유일하게 6학년 때는 4명이 모인 친한 무리가 있었다. 내 인생 평생의 친구를 만난 소중한 해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여러 에피소드 중 그 친구들과 함께 한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13살 그 나이에 딱 맞는 놀이와 우정으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6학년은 내게 터닝포인트 같은 학년이었던 듯싶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되던 때라 어떤 마음의 동요나 결심이 있었던 것일까. 갑자기 사춘기가 와서 정신적으로 성숙했던 건지 연예인 얘기나 하는 동년배 아이들이 유치하게 느껴졌었다. 공부도 조금 했던 것 같고 반에서는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냈었나 보다. 그런 와중에 내게 친구가 모였다.
어떻게 우리 네 명이 친해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기억은 그중 한 친구가 귀신같이 한다. “그때 네가 그랬잖아.”하며 친구가 말하면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생처음 듣는 얘기 마냥 신기하게 듣는다. 내가 어린 시절 기억이 정말 별로 없긴 하다.
처음부터 우리는 4명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따로따로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 4명은 참 좋다. 4명이 많으면 둘둘씩 짝지어 다니면 되고 어느 하나 소외될 염려가 없다. 4명 각자 성격도 제각각인데도 우리는 서로 싸운 기억이 별로 없다. 섭섭하지 않을 때가 없진 않았을 거다. 서로 누구를 따로 흉보거나 싫은 소리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우리 넷 모두의 성격이 오랜 우정을 유지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이런 직접적인 우정 표현은 그중 한 친구한테 처음 들었었다. 우리 4명 중 가장 성격 털털하며 잘 웃는 친구다. 연락도 가장 많이 해주고 자기 고민도 스스럼없이 오픈하며 상의한다. 대학 다닐 때였나. 뜬금없이 음악도 보내주고 이런 간지러운 말도 해주는 그 친구로부터 난 그때 배웠다. 마음을 직접 말로, 약간은 닭살 돋는 말일지라도 표현해 주는 것이 얼마나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인지 말이다.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는 말은 단연코 진리다. 마음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오해만 살뿐이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라고 말해야 하며, 선물도 주고받아야 한다. 그 이후 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생각나서 연락했어.”, “보고 싶어서 문자해.”, “지금 당장 보고 싶어. 만나자.” 등 이리저리 재단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생각난 즉시 사랑과 우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조만간 그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한다. 단체 카톡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전화를 해 만나자고 떼를 썼다. 각자 가정이 있는 4명의 일정을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일이 잘 되려고 그러는지 다행히 모두 시간이 된단다. 야호!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는 그렇게 닭살 멘트를 곁들여 친구가 처음 내게 들려줘서 알게 된 곡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디서 그냥 이 노래가 들려와도,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따스한 말을 해주던 그 친구가 언제나 생각난다. 지금은 사는 곳도 서로 너무 멀고 예전처럼 감정의 교류도 쉽지는 않지만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부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나와 주는 내 소꿉친구가 있어 좋다.
적당한 거리와 신뢰 그리고 배려라는 바탕은 우리들을 영원한 친구로 남게 한다. 2주 후면 우리 4명은 오랜만에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음악도 들어보고, 이야기꽃도 피울 것이다.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