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들어가면 마음이 좋아요. 오전을 그냥저냥 보내고 학원으로 출근하면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어학원에서 오후에 파트타임 일을 하는 친구의 말이다. 우리는 얼마 전부터 2주에 한 번씩 동네 책방 견학을 다니고 있다.
좋아하는 공간에 대한 모습을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하고 싶어 책방 견학을 생각하게 됐다. 길눈이 매우 어두운 편이라 혼자서는 오래도록 다닐 자신이 없어 책에 대한 공감대와 취향 그리고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친구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다행히도 친구는 흔쾌히 동행자가 되었고, 오늘이 그 세 번째 투어 날이었다.
둘 다 깊숙한 장롱면허 소유자라 웹 지도를 벗 삼아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고 있다. 처음으로 책방 나들이 간 날은 거의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갔다 왔다. 대화가 통하는 좋은 사람과 운동 삼아 걷는다 생각하니 그것도 큰 즐거움이다. 다행히 친구는 나보다는 길눈이 밝아 책방 찾기에 많은 의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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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르는 가을꽃을 즐기며 처음 가보는 동네를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네 책방들은 임대료 때문에 그런지 동네 골목 깊숙한 곳에 보통 자리하고 있다. 찾는데 수월치는 않지만 책방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그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참 따뜻하다. 취재기자가 된 것 마냥 책방 곳곳을 사진 찍고 책방지기에게 소소한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그들이 만든 책방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이루어가는 작지만 개성진 문화에서 부러움이 절로 났다.
투어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찍어온 사진을 노트에 오려 붙이고 느꼈던 점과 여러 가지 떠오르는 것을 적고 있다. 사진을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편집기로 편집해 출력한다. 그것을 오려 요리조리 노트에 잡지처럼 붙이고 꾸민다. 소녀가 다이어리를 꾸미듯 이런 아날로그적 메모는 시간효율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이 작업이 후에 내게 어떤 영향을 이끌어낼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오리고 붙이고 연필로 끄적이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던 소망이 조금은 정리되고 그것들이 가까이 다가오듯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한다. 발과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다시 손으로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을 럭셔리하게 쓰는 자,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중략)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 사실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 쪽이질 않은가.’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앞서 다녀온 반나절 짧은 책방 여행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작은 동네 책방을 다녀온 오늘도 그렇게 시간을 럭셔리하게 쓴 거겠지. 돈은 비록 넉넉지 않지만 시간은 그래도 우리 편이니까. 더군다나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도 내게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2주 후 우리 여행지는 또 어디가 될지, 거기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얻고 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