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조회수에 혼이 날아가다

: 브런치 독자

by 윌버와 샬롯

처음은 그랬다. 누구에게 글을 보이고자 브런치를 시작하진 않았다. 글 쓰는 공간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가 궁금했던 게 우선은 큰 이유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선 한두 번은 재도전을 해야 했다는 여러 간증 글을 보고선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것에 오케이 메일을 단박에 받았으니 사실 좀 우쭐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순간만큼은 정말 등단한 작가가 된 것처럼 오랜만에 구름 위로 날아오른 기분을 잠시나마 느꼈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다.



관심받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진 않았다고? 거짓말이다. '난 이런 생각을 했고, 그걸 이런 글로 써봤어'라고 진심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공감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 경계는 명확하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고자 하는 익명성은 보장받고 싶다.


아직까진 아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내 글의 성격이 공공성이나 정보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사적인 사유의 단상이 많아 더욱 그럴 것이다. 아는 사람한테 내 생각이나 일상을 드러는 것은 아직 어려운 문제다. 글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도 어쩐지 제한적이게 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자기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글은 퍼져나가야 하나보다. 신규 글을 올려도 조회수 0이거나 더 이상 늘지 않는 카운트에 글 쓴 시간이 잠시 잠깐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무얼 기대하며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브런치 통계 수치를 주식시황 확인하는 널리스트처럼 수시로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도대체 구독자 수는 어떻게 늘어나는 거지? 와, 이 글 라이킷 수 장난 아니네'하며 이미 관종이 되어 버린 난 인기 글을 부러움 득 안고서 읽고 있었다. 관심을 앵벌이하는 사람도 아닌데 구독자와 라이킷 수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 아, 이것도 병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시큰둥하고, 꾸준한 글쓰기의 도구로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는 잠시 소홀하다 다시 돌아오다 그랬었다.



근데 이거 무슨 일이지? 어느 날 알림이 불났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보는 메시지를 본다. 전에 구독자수가 10명을 돌파했다는 알림에도 깜짝 놀랐랬다. 걸 다 알려주네 하며 말이다. 구독자 수는 열명 단위로 앞으로도 알림을 계속 보내줄까? 아직 스물이 되지 않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번 알림은 좀 차원이 달랐다.

글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단일에 글 하나로 이런 조회수는 이전부터 오래도록 관리한 블로그에서도 보지 못한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3일 동안 일어난 이 새로운 경험은 브런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내게 선물했다. 조회수는 천 단위로 갱신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조회수가 10,000이 되었다는 알림이 끝이었다. 그 이상의 천 단위에서는 더는 알림이 오지 않았다. 그다음은 만 단위부터 알려주는 걸까? 그것 또한 가지 못한 길이라 모른다. 조회수 만6천까지 찍은 내 경험치는 거기까지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내 글에 갑자기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걸까? 도대체 어떻게 내 글을 사람들이 클릭을 하게 된 거지? 나와 같은 놀람과 궁금증을 다른 브런치 작가 글에서 읽은 적이 이전에 있었다. 어디에 글이 노출되어 있는지 지난한 추적을 도 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못 내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리둥절함에 나도 궁금했고 찾아보게 됐다. 브런치에서 보이는 유입경로의 대다수는 기타 항목이었다. 기저기 찾아봐도 기타가 어디서 오는지 나 또한 찾지 못했다. sns로 누가 글을 퍼 나른 것도 아닌데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내 글을 어찌 보았는지 아직도 궁금할 따름이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브런치 내에서의 장시간 노출이다. 조회수 때문인지 3일 정도는 브런치 인기글 목록에 떠 있었다. 이것도 조회수 폭발에 큰 역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이제는 이 메인에 내 글은 사라졌지만 그즈음 같이 보이던 몇 개의 다른 글은 더 오래도록 건재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글들의 조회수는 그럼 더 얼마나 대단할지.



어떤 경로로 글이 읽혔든 간에 조용하던 브런치 일상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언 4개월째, 여태 올린 글이 70개가 좀 넘는데 유독 이 글에만 이런 관심을 왜 받게 된 걸까. 그새 내 글이 좀 나아진 건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그 증거로는 라이킷 수다.


브런치 추천이나 메인에 올라와 있는 글은 정말 잘 쓰인 글이다. 정보성이나 개성 그 어떤 것 하나라도 분명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을 많이 봐왔다. 나 또한 공감되어 라이킷을 누르고자 하면 그런 글들은 이미 많은 수가 라이킷 되어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내 글의 라이킷 수는 조회수에 비해 참 소박하다. 단지 제목발이었을까. 그 주에 사람들이 미용실에 갈 일이 유난 생겨 검색을 많이 했던 걸까. 여전히 답은 리무중이다.


삼일천하로 혼자만의 난리는 끝났지만 그 문제의 글은 현재까지도 내 브런치 글에서만큼은 가장 많이 조회되는 글로 남아 있다. 헤어 디자이너에게 맘 상했던 미용실에서의 에피소드는 브런치 신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저께도 그 헤어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나 입이 근질근질 하긴 했더랬다.


다시 그 날과 같은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는 글의 제목이나 키워드를 정하는 데에도 소홀할 수 없는 고뇌가 생겼다. 제목발이든 키워드발이든 어떤 우연이든 잠시나마 행복했다. 이 행복은 글쓰기를 더 박차게 할 불쏘시개가 될 것 같다.


좀 더 나은 글로 많은 사람이 웃고 울고 공감하는 글을 앞으로도 쓰고 싶다. 런치, 고마워.


keyword
이전 16화여행, 세 번째 동네 책방을 다녀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