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웃음이 나와서 어쩌죠?

: 웃음이 멈추지 않는 언니

by 윌버와 샬롯

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강의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강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끼리는 강사가 길을 헤매고 있나, 카톡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우왕좌왕이었다. 겨우 강사와 통화가 되었나 보다. 강사 강의 시작 시간을 착각하였다 했다. 관계자는 강의가 늦어짐에 양해를 구했다.


난 뭐 특별히 바쁜 일이 있지도 않으니 상관없었으나 이후 맞이할 어색한 공기가 조금 신경은 쓰였다. 길쭉한 나무 테이블에서 강의를 같이 듣는 서로 낯선 이들과 마주 앉아 있는 상태. 순간 공간을 감싸는 적막이 그랬다. 몇 주간 함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어서 안면은 있지만 끼리끼리 짝이 있는 자들 사이에서 난 혼자였다. 그저 스마트폰만이 곳 없는 내 시선을 거둘 유일한 방패였다.


제가 자꾸 웃음이 나와서요.
어쩌죠?


내 바로 맞은편에 앉아 던 분의 얼굴을 난 보지 않고 있었다. 근데 그녀는 웃음이 멈춰지지 않는다며 갑자기 말문을 열였다. 무슨 얘기인가 싶어 난 고개를 들어 그분을 보게 되었다. 다행히 친화력 있는 내 옆에 앉아 있던 분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봐요?"


"네..."


수줍게 웃는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다음 말을 계속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결심한 듯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동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대요."


"어머, 정말 좋은 일이네요."


"동생이 오래 준비했었거든요. 이전에 세 번 정도 떨어졌었고요. 실은 나이가 좀 있어요. 마흔이 넘었거든요. 그 나이에 잘 외워지지도 않을 텐데 노력 많이 했을 거예요. 다른 공시생들도 대단해요.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여동생은 결혼하지 않았고 이전까지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한다. 이번 합격으로 보건소에서 공무원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거라 한다.


강사를 기다리는 사이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걸까? 소식을 듣고 언니는 절로 나오는 기쁨의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생 얘기를 하는 중에 그녀 눈에서 물방울이 비쳤던 것도 같다. 더 자세한 서사는 미처 듣지 못했지만 언니의 말과 얼굴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동생의 노고가 어떠했고 얼마나 간절했었는지를. 혼자인 동생을 걱정하고 지켜주고 싶은 언니로서의 마음을.



합격한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언니의 반응이 난 참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니까 그 감격은 당연한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가까워서 더 상처를 주고 몹쓸 일이 일어나는 세상의 안 좋은 뉴스를 많이 봐서 그런지 특별하게 다가왔다.


얼마나 기뻤으면 그저 몇 주 강의나 같이 듣는 낯선 자들에게 그 말을 토해냈을까. 처음엔 그분 얘기가 뜬금없다 생각했지만 진심을 다해 동생 일을 기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긴 테이블에 낯설게 앉아있던 우리 모두에게 전해 정도로. 그저 대견하고 애달프고 고마운 것. 그것은 가족의 마음, 언니의 마음, 혹은 부모의 마음이다. 너의 기쁨이 내 가쁨도 되는 일체감에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다.


오랜만에 조건 없는 축하의 얼굴을 보았다. 감추고 싶어도 주체할 수 없이 자꾸 미소가 지어지는 것.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서로를 잘 모르지만 함께 감동하고 기뻐하며 축하했다.


"어서 가서 동생분 보고 싶으시겠어요. 오늘 강의가 귀에나 들어오시겠어요?"


"하하, 그러게요."


이내 강사가 다급히 들어왔다. 시작이 늦어진 만큼 강사는 서둘러 강의를 진행했다.


20여분의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서먹한 고요는 따뜻함으로 환기됐다. 내 가슴도 훈훈해졌음은 물론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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