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를 잘 나는 법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4학년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즈음, 한 영어선생님이 '풍문'에 대해 알려주신 기억이 있다.
감기기운이 있는지 코를 훌쩍거리는 한 친구에게 환절기 감기 조심하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여느 선생님들의 걱정어린 조언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시작한 이야기였다.
다만 영어선생님에게서 흔하게 듣기 어려운 '풍문'이라는 단어가 나를 집중시켰다.
그녀 왈, '풍문'은 바람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한의학 용어로 목 뒤쪽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예부터 풍문에 바람이 들면 감기가 든다고 했으니 환절기에는 풍문에 바람이 들지 않게 잘 여미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라고 말이다.
바람이 드나드는 문이라. 신박했다.
칠판에 그림으로 풍문 위치를 그려 샤워기를 풍문에 어떻게 대야 하는 지도 알려주셨다.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교실의 풍경과 감기 걸린 아이의 대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근데 엄마가 감기 걸린다고 샤워 못하게 해요."
"그건 물이 마르면서 추워진다고 말씀하시는 거지,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건 좋아."
그 아이의 어머니와 달리, 이런 때 우리 엄마의 규제나 제한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난 당장 그날 밤부터 풍문 데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직도 풍문에 샤워기를 갖다 댄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날에 풍문에 샤워기를 대고 있으면 몸이 축 처지며 모든 긴장과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뜨신 물 샤워도 좋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좋아하는 리추얼을 할 때가 왔다. 나의 환절기를 잘 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