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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그라운드 Dec 05. 2019

[매니저십 201] 나는 오퍼레이터다

오퍼레이션 & 고객관리의 모든 것

[소셜벤처 201 아카데미]는 소셜벤처, 비영리기관 등 임팩트 조직의 실무 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초 이론이라고 불리는 101을 넘어,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직무 기술과 성장 단계에 있는 조직에서 고민할법한 이슈를 '비즈니스 201/ 매니저 십 201/ 조직문화 201' 세 가지 모듈로 나누어 다룹니다.


대부분의 조직들이 체계적인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많은 고객들을 만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고객들을 관리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나는 오퍼레이터다' 현장 @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강연을 맡은 천세희 이사는 네이버, 맥도널드, 배달의 민족 등을 거쳐 현재는 클래스101 부대표로 합류하여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천세희 이사는 여러 조직에서 CS, 정책, 시스템 등 회사의 살림을 도맡아 온 경험을 토대로 ‘오퍼레이션’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오퍼레이터다

천세희 이사는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일을 해왔다. 누군가 “무슨 일을 하냐”라고 물을 때면 한 마디로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CS, 시스템, 정책, 이슈관리, PR, 마케팅, 세일즈 등 다양한 운영 업무를 단순히 “CS 한다”라고 압축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잡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없어 보였다. 천세희 이사는 오퍼레이션이라는 말로 자신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는 오퍼레이터다”라고 선언한 이후, 곳곳에서 “나도 오퍼레이터다”라는 커밍아웃이 일어나고 있다.


|오퍼레이터의 미션

회사에서 개발, 디자인 빼고 다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오퍼레이터다. 스타트업 대표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오퍼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오퍼레이터의 미션은 회사의 스테이지와 비즈니스 방식에 따라 다르다. 

클래스101 CS팀의 미션은 “우리의 존재를 고객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서 고객센터에 연락하지 않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고객센터를 없애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실제로 이 미션을 가지고 일한 결과, 올해 4월 기준 고객 문의가 일 400건 정도 되었지만, 현재(11월)는 매출이 2배가 되었음에도 고객 문의는 일 200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천세희 이사는 CS적 고객응대와 CX적 고객응대를 이야기했다.


|CS적 고객응대 vs CX적 고객응대

CS(Customer Service or Satisfaction)적 고객응대란, 쉽게 말해 “화가 난 고객을 풀어주는 것”이다. 반면 CX(Customer Experience)적 고객응대란, “애초에 고객이 화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계속해서 고객이 이탈한다면 CX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 문의를 분석해서 대표문의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CX 측면의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문제를 분석한 후에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데이터 분석 툴이 워낙 잘 나와 있어서 예전에 비해 고객 문의 데이터를 분석하기가 수월해졌다.


|CX차원의 데이터 분석

예전에는 고객센터에서 ‘한 명이 하루에 몇 건을 처리하는지’와 같은 데이터를 봤지만, 그런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천세희 이사의 생각이다. 고객 문의를 얼마나 잘(그리고 빠르게) 처리하는지보다 애초에 고객 문의를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퍼레이터는 MAU(Monthly Active User), DAU(Daily Active User), 주문건 수, 채널별 접수건, 주요 문의 유형, 취소건, 중복 문의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단순히 절대수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하루 100건 결제에 고객 문의 20건”이라는 데이터만 가지고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비교할 수 있는 모수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일정 기간 데이터를 쌓아서 경향성*을 봐야 한다.

* 경향성 : 일정 기간 데이터가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지거나 쏠려서 패턴을 보이는 성향


|문제 개선 프로세스

문제 개선 프로세스는 문제정의 - 수치화 - 과제화로 구성된다. 천세희 이사는 배달의 민족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했던 사례를 들려주었다.                     

[문제정의] 급성장하던 배달의 민족의 앞길을 막은 것은 ‘주문 취소’였다. 취소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고객보다 업주가 취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가게 상황에 따라 주문 취소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잦은 취소 경험은 신규 유저의 이탈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수치화]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고객 이탈을 막고자 천세희 이사는 취소율을 관리에 돌입했다. 14%까지 오른 취소율을 조금씩 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과제화] 목표 지표를 설정한 후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시도했다. 자동 주문 취소가 연속으로 발생하면 자동으로 광고가 내려가도록 시스템을 손봤고, 취소율이 낮은 업소를 우수업소로 지정하여 업주들이 취소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14%였던 취소율을 4%까지 떨어트릴 수 있었다.


|조직의 성장과 오퍼레이션

고속으로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오퍼레이션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매출을 올리는 일(앞문을 여는 것)만큼 뒷문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오퍼레이터는 조직의 앞문과 뒷문을 모두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천세희 이사의 경험에 따르면, 성장하는 기업에 살림을 잘 챙기는 오퍼레이터가 있으면 기업이 데스밸리*를 지나 J 커브 성장에 오를 때 훨씬 탄력을 받고 나아갈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뒤가 잘 정리되어야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할수록 쓰레기가 쌓여간다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천세희 이사는 “J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오퍼레이터의 역량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데스밸리(Valley of Death): 신생 기업이 3~7년 차에 접어들어 매출 부진과 투자금 고갈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도산 위기를 맞는 기간.


|이 땅의 모든 오퍼레이터에게

‘우리 회사의 오퍼레이터는 누구’라고 지정되어 있지 않아도 좋다. CX적인 마인드로 서비스를 운영하면 누구나 오퍼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천세희 이사는 “일상에서 하는 제너럴한 오퍼레이션 업무가 나중에 큰 일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더 많은 오퍼레이터들이 자부심을 갖고 조직 내에서 고유한 보이스를 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면서 이야기를 끝맺었다. 


|Q&A

질의응답 시간은 열띤 질문들로 뜨거웠다. 자리를 가득 메운 오퍼레이터들은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마음속에만 갖고 있었던 각자의 고민과 질문을 이 시간에 터뜨렸다.


 Q. 오프라인 공간 서비스의 경우에는 고객 응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면 좋을까요?

공간 운영 사업의 경우에는 보통 커뮤니티 매니저가 오퍼레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패스트파이브와 위워크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온라인 서비스 매니저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CX의 본질은 같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 매니저들이 개선 과제를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문제들만 잘 개선해도 충분히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고객 관련 이슈가 많을 때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스타트업의 이슈 대응 프로세스는 타이트해서는 안 된다. 커뮤니티 매니저나 CX 담당자가 이슈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어디에 얘기해야 하는가

둘째, 누구와 얘기해야 하는가

셋째, 의사결정과 고객 대응을 얼마 만에 끝낼 것인가.

특히 커머스 분야라면 고객 컴플레인이나 이슈가 접수되는 채널을 재빨리 인지하고 신속한 피드백을 내놓아야 한다. 이슈 발생에서 공식 대응까지 24시간 이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려면 내부적으로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Q. 오퍼레이터가 가져야 하는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오퍼레이터는 경영진, 개발자, PM, 마케터,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 모두와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그렇다. 이런 사람이 되려면 조직 내의 관계에서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개발자에게는 개발자가 듣기 편한 방식으로 얘기해주고, 동료의 작업물에 대해서는 ‘물개 박수’로 인정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오퍼레이터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여러 업무를 맡아 운영하면 보면 업무 밸런스를 놓치기도 하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오퍼레이터로서 우리 회사의 목표에 기여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나만의 길이 열린다. 닥치지 않은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당장의 일에 집중하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원대한 꿈 없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라는 마인드로 하루하루 살아왔는데, 어쩌다 보니 감사하게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내 꿈이 원대하고 거창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원대하고 거창한 꿈을 도와주는 것도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먹고살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옛날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자신의 ‘기술 없음’에 불안을 느껴온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사회”라는 세간의 말도 우리의 은밀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기술 없음’에서 오는 불안과 동행하던 수많은 ‘제너럴리스트’에게 있어서 천세희 이사의 행보는 작은 희망이자 좋은 선례가 된다. 그녀가 걸어온 삶의 행보는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도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오퍼레이터다”라는 그녀의 외침이 반가운 이유다. 이제는 어깨 숙이고 있던 이 땅의 모든 ‘잡부’들이 “나도 오퍼레이터다”라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소셜벤처 201 아카데미 상세 : blog.naver.com/riblog (블로그 내 '소셜벤처 201 아카데미'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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