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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1)

이번엔 해야겠습니다.

by hyyenn

저번주 일요일,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아빠를 마주쳤다. 아빠는 급한 모습으로 내게 차 키를 달라고 하셨다. 이유를 여쭤봤을 때 할머니에 대해서 말씀하셨지만 구체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다. 집으로 들어왔을 때, 여동생과 반려동물 홍시만 있었다. 이후 동생에게 물어봤다.


"할머니한테 무슨 일 있어?"


"할머니, 아파서 응급실 가셨어."




순간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재 정부를 상대로 집단 파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병원에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할머니께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시면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걱정들이 계속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현재 할머니의 상황과는 별개로 다행이었던 것은 병원에 자리가 있었고, 현장에 계신 의사 선생님들과 전공의가 아닌 간호사분들께서 많은 신경을 써주시고 계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만약에 병원에 자리가 없었다면? 인력 부족으로 인해 치료를 제때 못 받으셨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27일 기준, 전국에 있는 전공의들 중 약 80% 이상의 인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속출하고 있으며, 병원을 돌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망자 또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의 행동이 과연 올바른 또는 정당한 행동인가?

전공의들은 본인의 소중한 가족이 응급 상황이라고 해도 파업을 지속할 것인가?


그들의 파업은 정부의 양보는커녕, 환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현장의 의료진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지치게 만들고 있다. 불만이 어쩌고 저쩌고 간에,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본인들의 현재도 아니고 점쳐지지도 않는 미래의 이익을 이유로 꺼져가는 생명들을 다시 밝히기는커녕 등한시하고 있다.


정부의 독단적인 행동?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양한 여론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고, 그저 밀어붙이는 행태는 당연히 고쳐져야 할 태도이다. 하지만 왜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며, 국민들의 생명이 볼모가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 싸움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어떻게 보아도 '틀리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한 채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주제로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다루는 '사회계약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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