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이사 후기

공간과 나의 삶의 기묘한 연관성

by 김나은

이사한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그간 이사 준비와 이사 후 정리로 많이 바빴다.

이번에 이사를 하며 새로운 마음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다음번엔 꼭 내 집 마련!"이다.

사실 집을 산다는 것은 내 생애계획에는 대수롭지 않거나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다.

내 명의로 집을 사서 가지고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간 한 번의 유주택 경험을 통해 나와 맞지 않는 막대한 대출을 내서 집을 산다는 것은 곧 삶이 매우 매우 고달파지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삼십 대 그러한 경험으로 나는 그냥 남의 집에 월세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번 이사를 통해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소박한 집 마련하기!"


이사를 하며 매번 되풀이되는 막대한 에너지(시간, 돈 포함)가 나이가 들수록 힘겨워졌기 때문이다.것

마흔이 넘어보니 왜 어른들이 내 집 마련을 소원했는지 이해가 간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의 경우 분명 젊은 시절 500/50 원룸 월세를 수없이 전전했고 분명 지금보다 더 고생했는데도 그때는 그런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다.(나도 정말 늙은 건가...;;;)


정리 중인 집, 거실에 가장 큰 포인트는 두 냥이를 위한 캣타워 그리고 창밖을 볼 수 있는 테이블(덕분에 난 테이블 없이 바닥에서 밥 먹음ㅡㅡ)


여하튼 이런 생각을 하며 지금 있는 집에 적응을 하고 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오래된 아파트 3층이다. 내 여력으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집이고 해가 잘 들지 않지만 오래된 아파트치고 내부가 깨끗해서 선택했다. (((그러나 층간 소음이나 욕실 타일 부식은 다시 이사를 해야하나라고 고민할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ㅜㅜ()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은 집에 적응하기 적절한 시간이다. 근데 문제는 적응하면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자 삶이 안정되지 않아 늘 다른 일(직장일, 공부 등)이 같이 붕 떠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았다. 공간과 나의 삶의 관계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왜 나는 소박하지만 안정적인 공간을 갈구하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공간은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다.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에너지.

사람은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한다. 생각과 물리적인 행위는 그 공간의 에너지로 쌓인다. 어떠한 에너지가 쌓이고 농축되면 사람은 그 공간에 가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에너지를 얻는다.


물론 좋지 않은 에너지도 있겠으나 긍정적인 노력이 담긴 공간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안식처이자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담길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니 그 공간을 대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년 살고 갈 곳이니 정을 붙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그 공간을 허비하고 정리도 대충하고 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매우 충분한 시간이다. 내 삶의 어느 한 부분도 귀하지 않은 시간이 있는가?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느라 지금의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돌보지 않는 습관은 공간에 그대로 묻어 있다. 미래는 늘 미래이며 내가 살아 있는 실체는 지금 현재에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현재를 놓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자신이 지금 머무는 공간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성찰(?)을 하며 나의 현재를 돌보는 마음을 새로이 다져본다.

다시는 오지 않을 나의 마흔하나, 나의 2020년.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의 현재를...




(다음 글에는 이사를 하며 쌓인 나만의 꿀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어느샌가 나는 20년간 이사 다닌 프로 이사러가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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