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eong Jul 26. 2021

강아지와 함께 산다-1

열대야에만 가능한 것

강아지와 함께 산다.


꼬리가 마치 브로콜리 같다. 황금색의 브로콜리이다. 그 꼬리는 가끔 아래를 본다. 소심하기 때문에. 강아지는 친구가 없다. 유일한 친구는 봉제오리인형이다. 우리는 강아지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봉제오리는 언제나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강아지는 황금색 두 앞발로 오리를 고정하고, 침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애정을 준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갑자기 양옆으로 마구마구 흔들어 재낀다. 푸닥 푸닥. 이제는 그 하얀 속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닳았다. 오리가 속이 터지든 말든, 오리는 언제나 강아지의 친구였다. 강아지 친구가 없는 강아지는 봉제오리를 애정이불 삼아 안정을 되찾는다. 강아지의 푸닥거림은 무언가의 결핍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를 입안으로 넣어준다. 그리고 이내 다시 '유일한 친구'인 오리의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무언가가 아직은 부족한가 보다.


그 작은 머리통 안에서 어떤 작용이 이루어지는지 언제나 궁금하다. 알고 싶다.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지, 어떤 것을 특히 좋아하는지 이런 단순한 것들 말이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행동을 해석한다. 강아지의 어떤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앞선 사례를 검색하여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을 뿐이다. 언제나 강아지는 우리의 눈치를 본다. 볼록한 단추 같은 두 눈을 보고 있자니 가끔 안쓰럽다. 강아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작은 무관심이다. 그 작은 무관심을 견딜 수 없는 강아지는 자신의 외로움을 우리가 눈치채기를 바란다.


깊은 여름이 되어 우리는 거실에서 함께 잔다. 에어컨 때문이다. 강아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느냐. 좁은 거실에   간격으로 몸을 뉘인 우리  명은 비좁은 그곳에서 뜨겁디 뜨거운 강아지의 접촉을 느낀다. 엉덩이도 댔다가, 등도 댔다가, 어떻게 해서는 우리와 붙고 싶어 안달이 난다.  것은 기회다. 깊은 여름이 지나가버리면 우리네명은 각자의 , 강아지가 올라갈  없는 높은 침대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강아지도 그것을 아는 눈치다. 그렇기 때문에  간절하게 우리에게 붙는다.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뿐이지, 간절함의 아주 순수한 형태를 보여준다. 사족을 붙일  없는 직관적인 감정표현을, 강아지에게서 배운다.



황금 브루콜리



작가의 이전글 정답과 해답의 간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