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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나래 Aug 01. 2018

세계를 여행하며 서울의 매력을 발견하다

서울 매력 탐구


안타까운 도시, 서울

나는 서울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관광도시이지만, 가진 매력을 생각하면 인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내겐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인데 그 매력에 비해서는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누구 못지않게 예쁘고 실력도 괜찮은데 끼가 약간 부족해서 못 뜨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다.


왜 아직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묻고,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되물을까? 아무리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다 하더라도 어떻게 여행 수지는 17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적자일까?


나는 서울이 관광적 측면에서 지금 보다 더 각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특출 난 서울의 매력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매력을 역설적으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꼈다.



1. 한강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한강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넓은 강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토록 로맨틱하게 포장된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즈강은 사실 중랑천보다 좀 큰 정도에 불과한 너비다. 그래서 실제로 보면 처음에는 다들 실망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좁고 별 거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천재 런더너와 파리지엔들은 이 평범한 강들을 세계인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템즈강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다리들이다.


런던의 타워브릿지. 이미지출처 towerbridge.org.uk


런던의 랜드마크 타워브릿지. 다리가 가진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접근했을 때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장식적인 다리이다.

1894년에 지어진 이 다리는 낮은 높이로 인해 큰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템즈강 강변에서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는다. 나 역시 쉬지 않고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던 경험이 있다.


파리의 센강은 어떤가?

내 생각에 프랑스인들은 진정으로 마케팅 천재다. 유수의 다른 도시에 흐르는 강과 비교했을 때 특별할 것 없는 이 강에 온갖 낭만과 사랑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과거부터 예술이 유명한 나라다 보니 수많은 예술작품에 센 강을 낭만적으로 등장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프랑스라는 나라가 가진 세련되고 시크하면서도 낭만적인 이미지가 결합되었다.

이렇게 2차 작업물을 통해 덧씌워진 로맨틱한 감성은 시간이 흘러도 센강에 그대로 투영되어, 변함없이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다. 한강 유람선을 타는 것과 센강을 흐르는 유람선 바토무슈를 타는 것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후자가 훨씬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서울도 이런 마법을 부릴 수는 없을까?

대학시절 몇 년 여간 교환학생 친구들과 룸메이트를 했었다. 덕분에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외출을 하곤 했었다. 

한 번은 내가 피크닉을 주도하기로 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여의도 한강공원을 갔다. 해 질 녘의 여의도 한강공원은 정말 숨이 멎게 아름다웠고 친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우리는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러 갔다. 야경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 유람선은 여의도를 출발해 반포대교를 향했고 반포대교의 무지개분수를 관람하고 여의도로 돌아왔다.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이 한강과 유람선이 본디 가진 매력보다는 덜 유명한 것이.

한강의 규모나 밤이 돼도 꺼지지 않는 서울의 야경 수준으로 볼 때 한강을 활용한 관광 소스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한강 유람선도 파리에 가면 바토무슈를 타는 것처럼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세빛둥둥섬은 어떨까? 반포대교의 무지개분수는? 여의도, 반포, 이촌, 뚝섬에 위치한 한강공원은? 한강공원에서 치킨을 먹거나 자전거를 타는 걸 꼭 해봐야만 할 매력적인 경험으로 제안할 수는 없을까?

이미 매력적인 장소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마음을 확 끌어당길 수 있게 매력을 추가해보면 어떨까? 반드시 여기를 방문해서 인스타그램이나 위챗에 업로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말이다. 과거 경복궁이 관광객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으나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것이 유명해지면서 SNS에서 대박을 친 것처럼.



2. 잠들지 않는 도시

주말 새벽 4시에 이태원에 있어본 적이 있는가? 보통은 한참 꿈나라에 있을 시간인데도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란다. 이태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서울 전역에 새벽 5,6시까지 하는 술집, 노래방, 24시간 편의점이 널려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유럽의 많은 도시는 오후 5,6시만 되어도 칼 같이 문을 닫아버리며 새벽까지 운영하는 술집이 있더라도 강남, 홍대, 이태원처럼 넓은 구역 전체가 밤새 흥청망청하는 도시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심지어 어떤 나라는 도시 최고의 관광지에 위한 가게조차도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교환학생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신나 하던 포인트도 이런 것이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새벽에도 사람이 가득하니 너무 놀기 좋다는 것이다. 거기다 치안도 좋은 편이어서 술을 많이 마셔도 위험하지도 않고 말이다.



3. 인구와 규모

서울은 큰 도시다. 정말, 생각보다도 더 큰 도시다.

서울 인구만 천만, 근교 인구가 또 천만. 총합 이천만의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다.

이러한 메트로폴리스는 세계 각지에 몇 개가 존재하지만 이만큼 다니기 안전한 나라의 범위로 생각하면 개수가 더 줄어든다.


그리고 인구는 힘이다.

사람이 모이면 상권이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업태가 진화한다.

강남, 이태원, 홍대.. 우리는 서울 내에서 갈만한 힙 플레이스를 대충 생각해도 몇 개는 댈 수 있고 그들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이태원 옆의 경리단길, 한남동이 핫해지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지역이 개발되고 새로운 가게가 개업하니 자영업자들도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가도 가도 새로운 맛집, 새로운 핫플이 생기는 이유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생각보다 인구가 매우 적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여행지,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인구는 130만에 불과하다. 울산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바르셀로나 인구는 160만, 로마 인구는 300만이다.


그만큼 업태 경쟁이나 변화가 빠르지도 않을 것이다. 프라하나 피렌체 같은 도시의 경우 올해의 모습과 10년 뒤의 모습이 비슷할 거라 감히 예상할 수 있다.


서울은 다르다.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에다 유행이 빨라 끊임없이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생겼다가, 졌다가, 다시 생긴다. 각 장소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세계 각지에 서울을 알리고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가진 매력을 조합해서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할 때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은, 외국인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가야 할까? 그리고 그 이미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획이 들어가야 할까?


서울은 지금 도시 마케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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