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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 Jul 09. 2018

월요병

월요일을 좋아한다. 남들은 월요병이니 뭐니 하면서 월요일이 오기도 전부터 지레 겁을 먹는다던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던가 한다는데,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월요일이 다가오면 벌써부터 한 발 마중나가게 되는 건 물론이고 반기는 마음마저 드는 것이다. 


월요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부지런병이 도졌다느니 사는게 즐겁느니 라는 투의 조금은 시니컬한 태도로 이상한 사람을 취급하며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나를 부정하기도 하고 월요일이 하나도 괴롭지 않단 말이야? 라는 투로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나의 본심은 그게 아니다. 


월요일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날. 한주의 처음이자 다시 돌아온 기회이다. 

내게 월요일은 지난 과오를 모두 잊고 새출발을 할 수 있는 기점으로 7일마다 돌아오는 리셋버튼인 것이다. 

그러니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게으른 한 주, 못나게 굴었던 한 주, 누군가를 미워했던 날들을 지나쳐 가면서 나는 월요일을 기다리곤 한다. 주문처럼 더 나아진 나를, 한 주를 기대하며 지난 나를 반성하는 것은 덤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월요일을 생각한다. 

시원하게 비가 내리고 모든 것이 씻겨내려가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딱 월요일이 왔을 때의 기분이 되고 만다. 그래서 월요일을 좋아하듯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그만큼 세차 기운이라 새 기운을 몰고 올 것만 같으니까. 그런 기분으로 있다보면 젖은 신발, 얼룩진 스커트가 대수냐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러니 모두에게 주어지는 월요일을 보다 기쁘게. 

내가 반기지 않더라도 월요일은 찾아오고 비는 내려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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