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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Oct 30. 2024

21화. 절도 사건 발생했어요!

진주 귀걸이가 왜 내 텀블러 안에 있는가? 도대체 언제 여기 들어왔을까? 머리가 휭 돌고 온몸에서 피가 빠지는 것 같았다. 지혜가 매서운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났어요?”     


겨우 입을 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르는데...”     


“럭져리 코너에서 훔쳤네. 절도 행위잖아!!”     


퇴근하려고 줄 서 있던 많은 노동자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전 훔치지 않았어요.”    

 

얼굴이 하얘져서 아니라고 했지만 누가 내 말을 믿을 것인가? 뒤에서 몇몇이 ‘와! 대박이다!’ 중얼거리고 몇몇은 아예 줄을 벗어나 검색대로 와 보고 간다.     


“지난번 절도 사건도 동남아 애였지!!”      


“역시! 외국 애들은 안 돼!”     


“훔쳐 파는 게 제일 빨리 돈 버는 방법인 거야.”   

  

머리가 멍해졌다. 그런데 또 몇몇이 얼굴을 찡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집에 좀 갑시다!’ 지혜가 나를 줄에서 끌어냈다.      


“일단 조사받아야죠. 인사부로 데려갈게요.”     


지혜가 보안 요원에게 말하더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기 6층 A동 출입구인데 절도 사건 발생했어요.”     


이러다 형사 사건이 되고 경찰서에 가고 추방을 당할까? 온몸이 떨렸다.      


지혜는 나를 데리고 일단 인사부 사무실로 갔다. 인사부에 들어 서자 퇴근을 준비하던 몇몇이 벌써 소문을 들었는지 지혜와 함께 들어서는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나는 구석 회의실에 갇혔고 곧 보안 대장이 왔다.     


보안 대장은 절도 행위는 형법상 불법 행위로 경찰이 확정하면 곧바로 추방될 거라고 차갑게 말했다. 물론 나도 아는 사실이다. 무서운 마음이 들어 몸이 떨렸지만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훔치지 않았다. 지혜는 우리 회사가 온라인 쇼핑과 창고 보관, 물류를 하는 회사라 이런 절도에 더욱 민감하다고 알려 줬다.      

하지만 나는 기죽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씨씨 티브이를 보자고 요구했다. 한국에 있는 태국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말이다. 보안 대장이 한국 개인 정도 보호법상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나는 길이 안 보이는 절벽에 맞부딪힌 것 같았다.     


“안 훔쳤다고요.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절박하게 호소했다.      


“절도범들은 다들 자기가 훔치지 않았다고 말해요.”    

 

보안 대장이 빈정거리며 말하자 억울함이 밀려왔다. 굳은 얼굴로 보안 대장을 노려 봤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 말 안 믿어주죠? 그렇죠?”     


“증거가 있잖아!”     


보안 대장이 발끈했다. 그래서 기죽지 않으려고 죽을 만큼 애를 썼다. 단단하게 말했다.

      

“목걸이 가격은 제가 보상합니다. 또 제 월급 깎으셔도 돼요.”     


그가 피식 웃었다.     


“한 사람 봐주면 다른 사람도 봐줘야 해요.”     


보안 대장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혜가 말렸다.      


“잠시만요! 대장님! 내일까지 두고 볼게요.”


이게 희망의 신호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혜는 나에게 여기서 절대로 나가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다. 내일 아침에 와서 확인할 때 없으면 바로 추방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은 사무실을 떠났다. 야근하는 직원이 자정까지 나를 지켜보더니 다시 한번 여기를 떠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는 떠났다. 다행히 불을 다 끄지는 않았다.     


그리고 핸드폰도 빼앗지 않았다. 핸드폰마저 빼앗겼으면 죽고 싶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훔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한국 경찰이 외국인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바로 추방을 당하겠지? 집으로 돌아가면 또 얼마나 창피할 것이다. 내가 물건을 훔쳐서 한국에서 쫓겨났다고 수군거릴 것이다. 동생들은 학교에 못 가고 아픈 엄마는 더 아프게 될 것이다.      


괜히 한국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두 달밖에 안 됐는데, 한국이 야속했다. 그래도 한국에 쫓겨날 것을 대비해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마랑에게 전화하자 너무 놀라서 울기까지 했다.      


“ฉันไม่เคยขโมย! ไม่เด็ดขาด! เหมือนจะโดนเนรเทศเลย. ฉันมีเรื่องจะขอร้องเธอ. (난 절대 훔치지 않았어! 절대! 추방당할 것 같아. 부탁이 있어.)”     


나도 다른 태국 친구들처럼 한국 물건 요술 상자가 있다. 태국에 보내려고 좋고 값싼 한국 물건 볼 때마다 회사 플랫폼에서 주문해서 하나 둘 넣어둔 박스. 갑자기 추방당하게 되면 그걸 챙기지도 못할 거다. 

    

“ตรงมุมตู้เสื้อผ้ามีกล่องรามยอนอยู่อ่ะ. ในนั้นจะมีหม้อข้าวเกาหลี กับขนมเกาหลีที่จะส่งไปให้แม่กับน้องๆอยู.  ถ้าฉันโดนเนรเทศ อย่าลืมเอาอันนั้นแล้วส่งมาที่ไทยนะ! (옷장 구석에 라면 박스 상자 있거든. 거기에 엄마랑 동생들한테 보낼 한국 밥통이랑 한국 과자들 들어 있어. 내가 추방당하면 그거 꼭 챙겨서 태국 보내줘!)”     


마랑이 울먹울먹거리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옆에서는 동바이가 ‘네가 절대 뭘 훔칠 애가 아니야!’ 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날이 밝자 일찍 출근한 인사부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빵과 우유를 건네줬다. 빵을 한 조각 뜯어 입에 넣었지만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았다. 곧 직원들이 출근하며 회의실 불투명 유리 너머로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어제 절도사건!’ ‘비싼 진주 귀걸이였대!’     


곧이어 지혜와 보안 대장이 들어왔는데 그 뒤로 경찰 2명이 서 있었다. 나는 온몸이 굳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람야이양! 서원 마켓 재산 절도 혐의로 일단 서로 가셔야겠습니다.”     


무서운 목소리였다. 나는 다 포기하고 힘없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인사부 직원들이 다 몰려와 보고 있었다.  ‘와! 체포되네!’ ‘우리 회사가 절도에는 엄격하지!’ 수군거렸다.   

  

그때 누군가 그들 사이를 헤치고 나타났다.      


“잠시만요! 람야이가 훔치지 않았어요.”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은 석훈이었다. 경찰과 지혜, 보안 대장과 직원들이 다들 놀라서 쳐다보자 석훈이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태블릿 화면 안에 전날 출고장, 입고장 출입자 명단등 여러 가지 로그 기록이 올라와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보았다. 온몸의 내 피가 눈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태블릿 화면 안은 복잡한 표가 가득 차 있었다. ‘6층 출고장 상품 입출 기록’  ‘1층 입고장 상품 입출 기록’ ‘1층 입고장 출입자 명단 기록’ 등등 표 제목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석훈은 6층 출고장 상품 입출 기록을 짚으며 설명했다.      


“보세요! 어제 진주 귀걸이는 6층 출고장으로 5개 입고되고 5개 출고되었어요. 즉 6층에서 물건이 없어진 건 아닌 거죠.”     


사람들 사이에서 ‘하!’하며 놀라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나는 갑자기 울 것 같아 입술을 깨물며 석훈의 말에 집중했다. 그때 석훈이 나를 흘낏 봤다. 지혜가 나섰다.    

  

“그럼 람야이님이 훔친 게 아니란 말인가요?”     


“그렇죠.”      


석훈이 대답하자 나는 숨이 훅 내쉬어졌다. 눈물이 나오려고 해 억지로 참았다. 석훈은 태블릿의 입고장 상품 입출 기록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어제 같은 제품이 100개 입고되었는데 1개 없어진 기록이 나와요.”      


“그럼 누군가 입고장에서 1개를 훔쳐서 람야이님의 텀블러에 넣었다는 거네요. 아니면 람야이님이 입고장에 들어갔던가.”     


보안 대장이 짚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난 입고장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     


“람야이님은 아웃바운드 부서기 때문에 인바운드 부서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사원증이 체크 안 돼요.”     


석훈이 또 내 편을 들어줬다. 너무 고마웠다.   

   

“어제 약 50 명이 입고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람야이님은 없어요. 범인은 이 50 명 중 하나겠죠.”     


나는 눈시울이 붉어져 울컥한 얼굴로 설명하는 석훈을 쳐다봤다. 그는 나를 못 본 체 했지만 나는 그의 눈이 충혈되어 있는 걸 봤다. 밤을 새운 걸까? 지혜가 웃으며 나섰다.      


“다행이네요. 람야이님 누명을 벗으셔서. 입고장 출입자는 제가 확인해 볼게요. 다들 바쁘시니까.”     


갑자기 세상이 환해진 것 같았다. 나는 석훈이 죽을 만큼 고마웠다.    

 

석훈     

임원 단체 메시지 창에 람야이의 절도 소식이 들어온 건 밤 9시쯤이었다. 센터 꼭대기 내 방에서 IT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혜가 절도 혐의를 경찰에 신고할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법무팀은 신고하라고 대답했다. 람야이가 절대 훔칠 여자가 아니라는 걸 세상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태국에서도 무거운 내 배낭을 돌려주려 파타야에서 방콕까지 온 여자가 아닌가?     


그런 여자가 혐의를 받는다는 게 화가 났다. 하던 일을 멈추고 센터 전체의 로그 기록들을 살폈다. 나는 CTO라 회사의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람야이가 6층 럭저리 코너에서 절도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니까 어느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정하는 건 쉬운 일이다.     


로직은 당연히 람야이가 훔치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진주 귀걸이는 누가 훔친 걸까? 내가 밤새 데이터를 들여다 본건 누군지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눈이 피로해 빨개졌지만 화가 나 눈을 뗄 수 없었다. 알 수 없었다.      


아침이 되자 급하게 데이터를 가공해 인사부로 내려가 람야이가 체포되려는 걸 막았다. 람야이는 울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경찰이 발길을 돌리고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 밖으로 나오는데 지혜가 나를 잡았다.     


“상무님!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어요. 그 로그 기록 IT 책임자들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이번 주부터 연재를 2번으로 줄입니다. 수요일, 일요일 연재합니다.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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