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한때는 K아이돌 스타의 팬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응원봉도 가지고 있다. 너무 오래되어 불빛이 반짝거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스타의 팬 커뮤니티에 회원 가입하여 소통하고 스타의 SNS를 팔로하여 아침저녁으로 소식을 확인했고 콘서트가 있는 때면 광클릭을 해 표를 구하고는 기뻐했었다.
K스타를 좋아한 것은 음악도 좋고 멋진 외모가 가장 큰 이유이었지만 비교적 깨끗한 사생활과 바른 행동도 그에 못지않은 이유였다. 그런 이유는 스타의 팬덤에 들어가면서 더욱 강화되었는데 팬들도 나와 같은 이유로 스타를 좋아하는 경우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K스타는 멋진 음악, 잘 생긴 외모도 중요하지만 비교적 논란 없는 사생활, 개인적인 면모도 중요한 인기 요인이다. 그 스타를 좋아한 건 거의 10년도 전이라 글로벌 스타는 아니었는데 요즘 K스타들은 거의 다 글로벌 스타들이라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요즘 K스타가 현재와 같이 글로벌 스타가 된 것에는 내가 좋아한 그 이유들이 중요한 힘이 되었다. (BTS의 노래의 밝은 메시지와 멤버들의 행적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스타에게 개인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극성적인 팬덤 문화까지 더하여 말이다.
스타의 음악과 외모만 본다면 팬들은 사소한 죄책감을 느끼며 개인적으로 끝나 버렸겠지만 스타에게 개인적 올바름을 요구하면서 죄책감을 버리고 팬덤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이는 열정적인 팬덤 문화를 만들어 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스타 못지않게 팬들에게 반해서 팬덤에서 발을 뺄 수 없다’는 간증이 적지 않게 이어진다.
탄핵 시위에 나가기 위해 여의도에 처음 나간 날 주변을 가득 채운 아이돌 스타 응원봉을 보면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자연스러운 연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스타에게 개인적 올바름을 요구하고 그걸 보면 열광하는 이들인데 그 요구를 정치에 대고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들은 집단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이미 해 본 사람들이고 능숙한 이들이다.
여의도에서 만난 그들은 ‘무엇보다 자신을 대면하고 자신감 있게 운명을 헤쳐나가는 학생들’이다. 이 문구는 브런치 작가인 김성일 작가의 에세이 ‘K컬처, 삶을 말하다’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김성일 작가는 이어 ‘학생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위안을 본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를 응원하며, 함께 한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썼다. 책 안에서는 K컬처의 발생과 도전, 극복과 성장을 한 개인의 성장 과정에 맞추어 의미 있는 조언을 던지고 있다.
작가는 인생에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며 ‘자유와 성장은 2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개인적인 삶은 다르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엔 높낮이와 우선순위가 없고 다름과 만족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개인적인 자유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준다’고 쓰고 있다.
현재 맹렬하게 활약하는 K스타들이 각자 다른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모습을 비교한 것이다. 일상에서부터 질문하기를 습관화하여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해 내라고 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김대중 대통령 시기 이전부터 문화부 최초 창립 당시부터 문화부 공무원으로 일하며 30여 년과 정부 문화 정책 분야에서 일한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이 잘 드러나 있다.
단 개인적인 작가의 내용이 너무 적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들어가 있어 아쉬웠다.
탄핵 정국에 팬덤에서 하던 K컬처를 시위의 현장에 들고 와 이식한 걸 매일 보는 오늘, 이 책은 시의 적절한 시기에 나온 것 같다.
*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기이지만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