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5 : 셀프 휴식 시간

by 김로운

오늘자 국민일보에 제 칼럼 ‘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15화 '셀프 휴식 시간'이 실렸습니다.



쿠팡에서 거의 2년에 걸친 일용직 알바를 하며 느꼈던 점을 썼어요.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노동 강도가 세다는 겁니다. 쿠팡에서는 이를 위한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칼럼에서 쓴 것처럼 점심시간을 빼면 휴식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법적으로야 8시간 노동을 하면 1시간 휴식을 주면 됩니다. 그 1시간은 보통 점심시간이죠.


하지만 제가 다닌 많은 공장에서는 2시간 후 꼭 10분 휴식 시간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팔이나, 허리, 다리가 아파 계속 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10분 휴식 시간 동안 몸을 좀 쉬게 합니다. 그런데 쿠팡 물류 센터에서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처음 일을 한 날 그게 너무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함부로 항의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번 출근 승인을 못 받을까 봐 걱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용직은 그때그때 출근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면 승인받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다닐 무렵에는 3번 출근 신청을 해야 겨우 1번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쿠팡은 미국 회사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쿠팡을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 회사에 부당한 공격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쿠팡이 한국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이루지만 미국 회사라는 말이지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쿠팡 Inc는 한국 국회의 거듭된 요청에서 불구하고 김범석 최고 의장은 한국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인이라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한국에서 주로 물건을 팔고 있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쿠팡 물류 센터의 근무 환경도 대단히 미국적입니다. 한국 법은 다 지키지만 교묘한 준법적 방법으로 알바들로부터 최고의 노동력을 뽑아냅니다. 제가 여러 공장들을 다녀 본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다른 공장보다 대략 2배 힘들었습니다.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집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노동력을 쥐어짜는지 국민일보 칼럼을 읽으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쿠팡 물류 센터에 알바를 나갔다. 처음 배치받은 집품장에 서 단말기가 시키는 대로 물건을 찾아 카트에 싣는 일을 하다가 오전 10시가 되었다. 멈추어 서서 휴식벨 소리를 기다렸다. 그런데 벨이 울리지 않았다. 나는 여기 말고도 의류 포장 공장과 같은 다른 소규모 공장에서도 많이 일해봤기 때문에 2시간마다 10분 쉬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근무 조건이 열악한 곳이어도 2시간에 10분 쉬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했다. 관리자에게 말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괜히 미운털 박히면 다음번 출근 승인을 못 받을까 봐 참고 움직였다.


얼마 후 포장장으로 배치되었다. 추석 연휴 직전, 1년 중 물류량이 가장 많은 날 오전 내내 대략 20 키로 짜리 믹스 커피 박스가 밀려와 숨이 차도록 포장했다. 3단 파도처럼 몰아치는 물건을 보면 이걸 다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화장실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4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 나중엔 어깨가 너무 아팠다. 점심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너무 심한 일이라는 걸.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래 내용은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6476495&code=11171476&cp=nv


*이 글이 2025년 브런치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일요일에 게재되는 '미군 위안부 기록' 연재는 한번 쉬어갑니다. 올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도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연말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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