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6 : 쿠팡, 알고리즘의 제국

by 김로운

오늘자 국민일보에 제 칼럼 ‘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16화 ‘쿠팡, 알로리즘의 제국’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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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이 갈수록 AI의 위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튜브 쇼츠에 일론 머스크 인터뷰가 떠서 봤는데 기자가 ‘AI로 직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재, 앞으로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권하시겠습니까?’ 하고 질문합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1분이 넘게 망설이더니 ‘아무거나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로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AI로 대체될 직업군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판사, 의사가 자주 언급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가장 필요할 것 보이지만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코딩을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이라고 합니다. 의사는 글쎄, 현재도 수술을 하는 로봇 의사가 빠르게 보급 중이고 그들의 정확도가 인간보다 낫다는 평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10년, 20년 뒤 인간에게 있어서 돈의 화폐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에이 아이 기계를 이용해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비용은 거의 들지 않게 될 것이고 물건과 서비스는 쏟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간은 돈이 없어도 물건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직업을 갖는 건 인간의 선택이 된다고 예상했습니다. 1935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인간은 그냥 재밌게 놀면 된다고요. 반대로 얘기하면 인간이 AI에게 지배를 당하는 세계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어떤 기자가 ‘강력한 AGI (자가 사고 인공 지능)을 만나면 첫 질문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고 일론 머스크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기를 ‘이 세계는 시물레이션이냐?’하고 묻겠다고 합니다.

이미 AGI가 만든 세계 안에 인간인 내가 살고 있는 것이냐? 고 묻겠다는 거지요. 마치 영화 ‘매트리스’처럼 인간이 시뮬레이션의 세계 안에서 의식만 있는 채로 사는 건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무서운 상상력입니다.

제가 쿠팡에서 알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알고리즘이 인간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 칼럼을 읽으시면 알 수 있습니다.




쿠팡 물류 센터에서 일할 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각자 핸드폰 어플로 체크하고 작업장에 들어가서는 손에 든 단말기, 작업대 위에 놓인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일했다. 실수를 하면 컴퓨터가 화가 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와 말할 일도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다.


3층 포장장에서 다시 일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관리자가 나를 불러 6층으로 가라고 했다. 웬 횡재! 6층에는 의류나 액세서리 같은 같은 가벼운 물건들이 있는 곳이었다. 나 말고도 2명 정도 더 있었다. 12명씩 있었던 다른 라인에서 1명씩 뽑혀 나왔다. 그건 내가 우리 라인에서 제일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쿠팡 물류 센터에서는 모든 작업이 컴퓨터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작업 지시를 하는 것도 작업 성적을 매기는 것도 다 컴퓨터가 했다. 심지어 사람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체크하는 것도 했다. 개별 단말기나 컴퓨터에서 15분 동안 신호가 없으면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체크했다. 인간 관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소비자가 물건을 받고 항의를 하면 누가 작업을 했는지 단번에 파악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가’라는 상품에 흠집이 생겼다면 누가 포장 작업을 했는지 아는 건 쉬운 일이었다. 컴퓨터에 모든 기록이 남겨져 있으니까.


반대로 누가 잘했는지도 금방 잡는다. 1시간 안에 누가 가장 많이 포장을 해냈는가 파악하는 건 컴퓨터로써는 ‘식은 전기 신호 먹기’ 일 것이다. 덕분에 나는 무거운 12리터 세재 박스를 오전 내내 포장하다가 오후에는 가볍고 예쁜 옷과 액세서리가 가득한 6층으로 포상 휴가를 갈 수 있었다. 딱 2시간 즐거운 쇼핑처럼 일하다가 다시 3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한 건 인간 관리자일까?


*계속되는 내용은 링크에 있습니다.


https://v.daum.net/v/2026011700384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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