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칼럼 14 : 영혼까지 파괴하는 빨리! 빨리!

by 김로운

오늘자 국민일보에 제 칼럼 ‘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14화 ‘영혼까지 파괴하는 빨리! 빨리!’가 실렸습니다.


KakaoTalk_20251206_092700667.jpg


이번 주에 쿠팡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약 3,370만 명의 개인 정보 즉 국민 4명 중 3명의 정보가 누출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인지 그제는 잘 들어가던 유튜브가 어제는 들어가지지 않았어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고 있는데 쿠팡 회원 정보 이메일과 같은 계정입니다. 쿠팡의 정보 누출 때문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어 회원 정보에 들어가 이메일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유튜브에 들어가지더라고요. 혹시나 카드 결제도 아무렇게나 될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아직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루에 7개 이상 이상한 전화번호가 뜨고 있어 진짜 요즘은 아는 사람 이름이 뜨지 않으면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한 달 전에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라서 안심하고 받았어요. 전화한 남자가 카드 배송하는데 오류가 났다고 문자로 링크를 줄 테니 주소 변경을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카드 하나를 계약한 게 있어서 그건가 하고 문자 링크를 누를 뻔했는데 카드 회사 이름이 다르다는 생각에 미쳐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카드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카드 배송을 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마터면 저도 100억 원 (믿거나 말거나) 털릴 뻔했습니다.


피싱은 귀가 얇은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조심하는 나도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래서 쿠팡 개인 정보 누출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한국의 개인 정보는 전 세계 공공재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쿠팡 관련해서 올해 들어 8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중 4명이 택배 기사들이고 4명이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비록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대형 물류 센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썼습니다.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 물류 센터 현장에 받는 압박감은 정말 말도 못 합니다.


이 중에서도 포장장에서 물건을 물결처럼 가져다준다고 해서 워터 (Water)라고 불리는 분은 가장 많은 압박을 받습니다. 저는 주로 주간에 일했지만 야간에 일하신 분들은 더 많이 힘들게 뻔합니다. 전쟁터 같은 대형 물류 센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칼럼을 읽으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혼까지 파괴하는 빨리! 빨리!


요즘 같은 겨울 초입에 대형 물류 센터로 다시 알바를 나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험이 있어 포장장으로 배치되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붙어 있는 작업대에 들어가 오랜만에 포장을 시작했다. 워터(상품을 가져다주는 역할)가 작업대 옆으로 상품이 담긴 집품 박스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주소가 적힌 운송장이 작업대 위에 있는 작은 프린터에서 나오지 않았다. 프린터 종이가 다 떨어진 거다. 종이를 어떻게 교체하는지 몰라 관리자에게 가서 물었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던 관리자는 대번 화를 냈다. ‘그런 것도 몰라요?’ 얼굴까지 빨개져 있었다. 당황했다. 관리자가 프린터 종이 교체하는 법을 가르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처음 보는 관리자였다.


여기 관리자들은 화를 잘 낸다. 내가 포장장으로 와 일을 처음 시작하는 때에도 그랬다. 운송장 스캔을 안 하고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실수를 했다. 사실 상품에 운송장이 붙어 있어 배달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내부적으로 작업 완료가 인식되지 않는다. 그때 관리자는 일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으면서도 처음 보는, 나이 많은 내게 굉장히 화를 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통로에 나를 세워 두었다.


*아래 내용은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64651526&code=11171476&cp=nv



keyword
이전 20화칼럼 13 : 알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