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by 김로운

나는 요리를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 10년 전 내가 밥상을 차렸을 때 남편이 ‘왜 이렇게 반찬이 맛이 없나?’라고 말했다. 그전에는 내가 회사를 다녀서 맛이 없어도 그냥 아무 말 안 했다. 그런데 전업 주부가 되니까 감히 헛소리를 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소리를 빽 질렀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어디서 감히 맛이 없다는 소리를 해?”


숟가락을 놓고 당장 밥상을 떠나라는 말에 남편은 기가 죽어서 그냥 먹었다. 그 얘기를 남편이 친구들한테 했단다. 마누라가 무섭다고. 그랬더니 친구들이 이혼하자는 말을 안 들었으니 다행이라고 웃더란다. 다른 친구는 아예 ‘이혼하고 식당 주방 아줌마랑 결혼하지 그래?’하고 한 술을 더 떴다고 한다.


우리 아들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컸기 때문에 엄마한테 맛있는 요리 얻어먹을 생각은 애당초 접었다. 엄마가 김치를 하면 무서워한다. 20대 우리 아들들은 스스로 요리를 해 먹는다. 참고로 둘 다 나보다 고등어조림을 더 잘한다. 나는 너무 잘한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못하는 건 시간 투자하는 게 아까워서다. 1시간 요리해서 10분 먹다니. 이런 비효율. 나는 요리하는 데 짧은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원칙을 어기는 단 하나의 요리가 있다. 된장찌개.


내가 만드는 된장찌개는 맛있다. 그건 내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식구들도 다 좋아한다. 차근차근 멸치 국물을 만들고 된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 두부와 마늘을 천천히 넣으며 끓인다. 이게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나는 큰 행사가 아니면 된장찌개를 잘 끓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한번 끓이면 우리 식구들은 너무 맛있다고 박수를 치고 정신없이 흡입한다. 남편과 아들들이 말한다. ‘우리 집의 소울 푸드라고.’ 어쩌면 된장찌개는 우리 가족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 같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소설이다. 멕시코의 농장에서는 막내딸이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가 죽을 때까지 부양해야 하는 전통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 티타는 딸 셋 있는 집 막내딸로 열여섯의 나이에 사랑하는 남자 페드로를 만난다. 하지만 어머니가 전통을 강요해서 결혼을 하지 못한다.

대신 페드로는 티타를 보기 위해 티타의 작은 언니와 결혼한다. 결혼식 날 티타는 눈물을 흘리며 웨딩 케이크를 만드는데 결혼식장에 참석한 하객들을 케이크를 먹고 모두 꺽꺽 울어 버린다. 케이크 안에 티타의 슬픔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 반해서 이 소설을 3번 읽었다. 10대 때 한번, 20대 때 한번, 이번에 다시 한번. 3번 읽어도 감탄이 나오는 장면이다. 슬픔을 이렇게 허무맹랑하면서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걸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한단다. 딱 맞는 표현이다.


이런 허무맹랑하고 진실된 전개는 소설 내내 계속된다. 주로 음식을 통해 표현된다. 결혼 후 페드로는 작은 언니가 보는 앞에서 티타에게 아름다운 장미 다발을 선물한다. 티타는 황홀감을 느낀다. 질투한 언니가 티타를 밀어버리는 바람에 티타는 장미 가시에 가슴이 찔려 피가 흘러나온다. 그녀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만드는데 요리에 들어가는 장미에 티나의 피가 조금 묻는다.

큰 언니가 그 요리를 먹는데 갑자기 몸이 뜨거워져서 마당 나무 샤워장에서 샤워를 한다. 그런데 언니의 몸에서 나온 열기 때문에 샤워장 나무가 불타고 언니는 알몸으로 뛰쳐나가 열을 식히려 들판을 달린다. 몸에서는 장미 향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그런데 가까이서 정부군과 전투 중이던 멕시코 혁명군 장군이 장미 향기를 맡고 마음이 동해져 향기를 찾아오다가 들판에서 알몸으로 달리는 언니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황당무계하지만 얼마나 사랑의 진실을 잘 드러내는가?

티타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큰 언니가 죽은 후 페드로와 맺어지게 된다. 결혼한 첫날밤 티타와 페드로는 사랑의 절정에 빠지는데 그만 페드로가 그 순간 죽고 만다. 그런데 티타의 몸에서는 열기가 식지 않고 페드로가 죽은 걸 확인하고는 같이 죽기로 한다. 그녀는 성냥개비를 마구 먹고 몸속 열기 때문에 성냥에 불이 붙어 티타의 몸은 불꽃처럼 터진다. 멀리서 그걸 본 사람들은 아름다운 불빛 놀이이라고 황홀해한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음식과 에로티시즘이 잘 결합된 아름다운 소설이다. 특히 여성 관점에서의 에로티시즘이라 페미니즘 소설로도 읽힌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서평을 읽고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에 매혹될 것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