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대히트한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기 위해 검색한 게 거의 1년 전이었다. 그러나 시 공공 도서관의 모든 지역에서 이 책은 모두 대출되어 있었고 심지어 2차 예약까지 대부분 다 차 있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검색했는데 마찬가지 상황이라 포기하고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다. 명성만큼이나 좋은 책일까? 의문을 안고. 독특한 관점에서 좋은 책이었다.
논픽션인 이 책은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인 룰루 밀러가 자연 과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 총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자서전을 비판적으로 읽어가며 삶의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나도 몰랐는데 물고기는 사실상 자연 과학계에서는 분류할 수 없는 종이라는 사실이 거의 정설로 굳어 있다고 한다. 물 안에서 산다는 점만 빼면 물고기들을 내장 기관의 구조, 척추의 모양, 뇌의 구조 등을 중심으로 보고 분류해 본다면 영서류, 척추동물, 곤충에 더 가깝다는 게 자연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고래를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로 분류하고 멍게는 물속에서 살지만 한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주머니 모양의 몸으로 작은 플랭크톤을 빨아들여 식물 와 동물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물속에 사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분류한다며 오히려 지상의 동물이나 조류와 같은 종에 속하는 부류가 많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일반 대중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그러나 그런 게 일반 대중에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오히려 물속에 산다는 이유로 물고기로 분류하는 게 쉬운 방법이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물고기를 하나의 종으로 분류해 놓고 그 속에 놓여 있는 진실들을 보지 못하거나 놓친다는 사실이다.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
룰루 밀러는 약간 괴짜인 자연 과학자의 딸로 아버지에게서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을 듣고 인생에 회의를 갖는다. 그녀는 보통 미국 여자애들과는 달리 외모에 관심도 갖지 않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보이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내며 ‘못 생긴 여자애’라는 험담을 듣는다. 그녀의 언니가 경계성 지능 장애를 보여 세상살이에 어려움을 겪는 걸 가까이 보며 인생에 모순을 느낀다.
대학에 가서는 곱슬머리 남자애와 사랑에 빠져 동거도 하나 그녀 자신의 사소한 (?) 일탈로 버림을 받는다. 룰루 밀러는 오랜 기간 동안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혼란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작가는 자연 과학자이자 1891년부터 1916년까지 스탠퍼드 대학교 총장을 지낸 ‘데이비스 스타 조던’의 자서전을 읽게 된다. 조던은 순수한 자연 과학자로 미국에서 발견된 물고기 종의 거의 1/5를 분류한 위대한 자연 과학자이다. 형이 죽고 자신이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물고기 컬렉션이 화재에 몽땅 타 없어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연구를 계속 이어 나간다. 이걸 보며 밀러는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조던의 삶을 추적해 나간다.
그러나 조던은 점차 자신의 분류 체계를 맹종하게 되면서 다윈의 ‘자연 진화론’을 선택적 우위론으로 해석하여 우수한 엘리트만이 생존하여 인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즉 열등한 인간들은 후세를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하여 후일 히틀러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룰루 밀러는 조던의 그런 변화 과정을 보며 자신의 눈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자기 앞에 놓인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글의 구성 방식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데이비스 스타 조던’의 자서전을 비판적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글의 처음, 작가 본인의 고민과 삶에 대한 의문, 그리고 상실을 던져 놓고 조던의 자서전을 비판적으로 읽으며 고민을 풀어 나가고 마지막에 처음 던진 고민과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마지막에서 처음과 다른 모습이 된다. 메시지들을 줄줄이 늘어놓는 에세이 방식이 아니다.
많은 대중은 이런 방식에서 깊은 위로를 받은 듯하다. 마지막 작가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반전에서 왜 이런 고민을 했는지,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지 이해가 간다.
서술 방식 또한 줄줄이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던져진 의문에 대해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감정을 표현해서 서정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서술도 논픽션 방식이 아니라서 독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책 속의 동화적이고 기괴한 흑백 삽화들도 내용의 매력을 더한다.
세상은 끓임 없이 변화하고 기존의 신념과 분류 체계로는 잡지 못하는 혼돈을 우리는 자주 느끼게 된다.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크게 뜨고 밀려오는 사실 물결 속에서 우리 자신이 진실을 찾아내고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일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신념 체계에 충격을 주며 새로운 혼돈을 제시하는데 그런 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이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