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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Sep 01. 2024

꿈을 쫓는 사랑 ‘라라 랜드’

뮤지컬 영화 ‘라라 랜드’의 여주인공 미아의 방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커다란 사진이 있다. 그리고 미아가 일하는 헐리우드 영화 촬영장 안 카페 맞은편에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찍은 세트가 있다. 미아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흠모하는 배우 지망생이다. 

    

‘라라 랜드’의 첫 장면은 자동차로 꽉 차 움직이지 않는 도로 위에서 많은 남녀들이 춤을 추고 헐리우드의 별의 되려는 꿈을 이루려는 노래를 부른다. 참 압도적인 장면이다. 첫 장면대로 헐리우드는 수많은 젊은 남녀가 모여들어 꿈을 이루고자 하는 곳이다. 배우가 되고자 도전하는 여주인공 미아는 그곳에서 정통 재즈 뮤지션으로 성공해 클럽을 열려는 목표가 있는 남자 세바스찬을 만난다.    


 

하지만 배우가 되려는 과정은 너무나 지난하고 미아는 6 년동안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며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세바스찬은 정통 재즈를 추구하지만 인기가 없는 장르이고 돈을 벌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알바를 하는 식당에서는 사장이 요구대로 징글벨을 쳐야만 한다.   

   

미아는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능동적인 여성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뭇 남성의 추앙을 받는 대상화된 여신이 아니라 스스로 꿈을 찾아가며 좌절을 겪고 극복한다. ‘오만과 편견’에서 결혼만이 오직 목표이며 제대로 된 직업을 찾기도 어려웠던 엘리자베스를 지나 남자가 하는 독립운동을 도우며 추앙을 받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잉그리드 버그만을 지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여성이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은 그들이 서로의 꿈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곳에서 싹튼다. 미아는 정통 재즈를 하며 정통 재즈 클럽을 열려고 하는 세바스찬의 꿈을 응원한다. 그가 밴드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지만 정통 재즈에서 멀어지자 그를 비난하고 원래의 꿈을 일깨운다. 돈 많은 남자가 미아에게 멋진 남자는 아닌 것이다. 


   

세바스찬은 미아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돕는다. 미아가 숱한 오디션에서 떨어지자 그녀가 스스로 연극 대본을 쓰고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또 처음 한 연극에서 비웃음을 들은 미아가 모든 걸 포기하자 세바스찬은 자신의 일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 그녀를 찾는다. 그리고 그녀가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로스앤젤레스에 돌려놓는다.      


미아에게는 사랑보다도 꿈이 중요한다. 밴드의 일원으로 성공한 세바스찬이 투어에 동행하자고 미아에게 요청하지만 미아는 자신의 준비하는 연극 준비를 하기 위해 단호히 거부한다. 많은 여성들이 미아의 이런 선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아는 결국 성공하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몇 년 후 미아는 정통 재즈를 하는 세바스찬의 클럽에 우연히 들리게 된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세바스찬의 연주를 결혼한 다른 남자 옆에서 들으며 ‘옛날 세바스찬과의 사랑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한다. 상상의 장면은 세바스찬을 처음 만난 식당에서 영화 촬영장을 지나 그들이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환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세바스찬은 아내 미아와 함께 정통 재즈 클럽에 들어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재즈 음악을 듣는다. 이 장면까지 미아는 그게 ‘과연 세바스천에게 행복할까?’하고 생각이 미치게 된다. 현실 속에서 세바스찬의 연주가 끝나고 미아는 자리를 뜨며 그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어준다. 마음이 아련해지는 장면이다.      


그들은 각자 그들의 꿈을 위해 사랑을 희생했고 어쩌면 그것이 그들 모두에게 행복한 선택이었다는 결말인 것 같다. 이제 로맨스 영화에서 여성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을 이루는 데 방해물이 되고 있다. 이 영화의 성공은 이런 진실을 관객 누구나 공감하다는 걸 입증한다.   



 '로맨스 영화의 판타지 속으로'는 연재를 일주일에 하루로 줄이고 금요일로 연재일을 바꿉니다. 9월 4일 수요일부터 일주일에 2번 매주 수요일, 일요일에 소설을 연재합니다. 한국으로 이주한 동남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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