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를 꼭 참아야 할까?

행복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어요

by 청설모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12시간이 넘는 수술을 앞두고 어린이는 생각했다.
'더 놀걸. 더 열심히 놀걸.'
부모님이 들었다면 기가 막혔을 것이다. 당시 나는 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이미 매일 충분히 놀았다. 그런데도 더 열심히 놀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입원하기 전에 부모님을 졸라 급하게 버킷리스트(63 빌딩 가기)를 해치웠다.

다행히 그 어린이는 무사히 수술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서 대학생이 되었으나, 이번엔 병원에서 조영제를 넣고 CT 촬영을 하다가 쇼크를 경험하게 된다. 눈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혈압이 뚝뚝 떨어지고 의료진들이 달려오는 걸 지켜보며 또 생각했다.
'너무 아등바등 공부하지 말 걸.'
대학생이 된 나는 어린 시절에 하지 않았던 공부를 몰아서 했다. 유난했던 학교의 면학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매 학기 장학금을 받게 됐다. 그런데 정작 지금, 고작 주사 한 방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많이 참여하지 못했던 동아리 활동이나 교회 활동 같은 것들이 아쉬웠다.

살면서 크고 작은 몇 차례의 고비들을 넘기다 보니, 이제 나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에 100% 동의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봤던 어떤 삶은 고생만 하다가 끝나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파도를 잘 넘겨도, 또 다른 파도가 언제 다시 나를 덮쳐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인생의 찰나에 찾아오는 소중한 순간들을 온전히 누려야 하지 않을까. 아주 사소하더라도 나를 즐겁게 하는 것, 사랑하는 것들을 충분히 맛보고 음미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넌 뛰어야 해. 시간은 너를 안 기다려준대.

더 치열하게 살아. 더 노력해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해.'


지금 가난의 파도를 견디고 있는 우리 후원 어린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참지 말고 지금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먼 미래를 위해 눈앞의 행복을 항상 포기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혼을 갈아 넣어가며 애쓰지 않아도 비참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그러니 너희는 부디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고 충분히 누리라고 하고 싶다. 행복은 뜨거울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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