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에 대해 좀더 공부해 본다.
작법에도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지난 회차 강의의 호응에 힘입어 이번 회차에도 오프닝 시퀀스 분석을 더 해보겠다.
공학적인 개념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완성된 제품을 뜯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다양한 오프닝 시퀀스를 분석하는 것은 바로 영상물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이다. 당신도 내가 하는 방식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뜯어서 보고, 정리해 보도록 해라. 당신이 진행 중인 스터디 멤버들과 오프닝 시퀀스 스터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은 내가 한 분석들을 읽고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내 분석들을 읽다보면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눈으로 보게 되면 아마 예전에 영상을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당신이 정말 좋은 작가가 되려면 도 닦듯 글을 쓰면 안 된다. 남의 작품을 보고 분석하고 전략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분석한 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모범 답안에 가깝다는 것은 자신할 수 있다. 때문에 내가 분석하는 방식을 따라 다른 작품들을 분석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식이 나올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좋다, 끝내준다, 재미있다...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뜯어보기 바란다.
이번에도 몇 편의 오프닝 시퀀스를 분석해 보겠다.
포스터
이 영화는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가에 대한 오프닝으로 관객의 초반 호기심을 확실하게 사로잡는 작품이다.
화면이 열리면 고건수(이선균)가 운전 중이다. 그는 형사인데 모친상을 치르던 중에 경찰서로 가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뭔가 큰 일이 있다는 뜻이다. 후배 형사와 통화로 그가 지니고 있는 열쇠로 경찰서에 있는 책상 서랍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 그 서랍 안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고건수는 비리형사로 추정된다. 이어 장례식장에 있는 여동생이 전화를 해온다. 대화 중에 고건수에게는 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딸의 사진이 차에 있기도 하다. 괜찮은 아빠처럼 보인다. 장례식장에서 아내가 아니라 여동생이 전화한 것을 보면 아내와는 이혼한듯.
여기서 딸바보라는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이 비리 형사이기 때문이다. 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극에 유리하다. 나쁜 짓을 했어도, 그게 왠지 가족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고건수는 도로 위로 나온 개를 로드킬할 뻔한 상황에 처하지만 재빨리 핸들을 꺽어 그 상황을 모면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차로 달려든 듯한 사람을 피하지 못해 교통사고를 내고 그 사람은 현장에서 즉사한다. 정말 큰일 났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고광수에게 빠져든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딸이 전화해서 케익을 사오라고 하고, 고건수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통화를 이어나간다. 아마 딸한테 잘하는 아빠인 듯하다. 나 같았으면 '아빠 바빠'하고 끊었을 텐데... 그때 경찰차가 나타나자, 기겁한 그는 비로소 시체를 도로가로 치운다.
급히 경찰서로 가야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시체를 트렁크에 싣는다. 하지만 이번엔 음주단속에 걸린다. 장례식장에서 한 잔 받아 마신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그는 단속 경찰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트렁크의 시체가 들킬 뻔하자 몸싸움을 하다가 가스총에 전기 충격기까지 시전을 당하고 실신하고 만다.
다음 상황이 궁금한데, 감독은 냉정하게 카메라를 경찰서로 옮긴다. 소소한 전략이다.
감찰반에 의해 고건수의 잠긴 책상서랍이 열리고... 그 안에서 뇌물로 받은 돈다발과 뇌물장부까지 나온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고건수 정말 큰 일 났다.
고건수는 어떻게 됐을까?
다행스럽게도 그는 형사라는 사실이 드러나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주인공을 무조건 몰아부치면, 관객이 부담스러워한다. 때문에 틈틈이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고건수는 아까 자신을 괴롭혔던 순경들의 군기를 잡아주고는 다시 경찰서로 향한다.
하지만 중간에 서랍이 열렸다는 문자를 받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차에 시체를 싣고 말이다. 그곳으로 동료 형사들이 찾아오는데, 문상을 왔다기 보단 뇌물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주인공에게 가혹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고건수에게 독박을 쓰라고 한다. 뇌물은 다 같이 받아놓고, 혼자 독박을 쓰라고 하다니. 게다가 지금 고건수는 상중이고... 좀 전에 경찰서로 가다 교통사고로 사람까지 치어 죽게 만들었는데... 이젠 독박까지...
부당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관객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작가(감독)가 세팅을 매우 잘 해놓았다. 이미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했지만, 여기서 더 빠져든다.
하지만 여기까지 고건수의 캐릭터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수준의 형사 캐릭터이다. 어떤 형사든지 고건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능히 그렇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어 고건수는 입관식에 참여한다. 엄마의 시신을 관에 넣고, 관에 나무 못질을 한다. 그런데 그때 동료 형사로부터 문자가 온다. 감찰반에서 차량을 조사하러 나올 지도 모른다고. 이제 정말 큰 일 났다. 과연 고건수는 어떻게 차 안에 있는 시체를 해결할 것인가.
여기서 고건수가 다른 형사와는 다른 능력이 나온다.
고건수는 입관실로 교통사고 시체를 옮긴다. 이 과정에서 풍선으로 CCTV를 가리고, 시체에 연결된 끈을 딸의 장난감을 이용해서 옮기다든지 하는 등 남다른 기지가 발휘된다. 다른 형사와는 차별되는 능력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캐릭터가 재밌어진다.
이 시퀀스의 압권은 고건수가 '엄마, 미안해'하며 관뚜껑을 열고, 엄마 시체 위에 교통사고 시체를 숨기는 것이다. 죽었지만 엄마가 불쌍하다. 이 어처구니 없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고건수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게 된다.
여기서 그의 목표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리라.
이 드라마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캐릭터를 보여주지 않고, 프롤로그 몽타주로 캐릭터를 보여준다. 나는 약간 뻥을 보태서 <비밀의 숲>은 이 프롤로그에서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심플하면서 임팩트가 있고, 게다가 짧기까지 하다. 짧아서 임팩트가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미지 샷들로 이어진 타이틀 롤이 끝나자마자...
뇌에 문제가 있어서 고통을 받는 소년 황시목이 뇌 검사 받는 장면과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들이 교차되면서 나레이션이 흐른다. 뇌수술을 해야 하는데,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극심한 통증이라든지, 감정을 느낄 수 없다든지...
수술을 마친 황시목과 의사가 대화를 나눈다.
"황시목 군 머리 수술 후에도 귀가 아픈가요?"
"아니요."
"최근에 화가 난 적이 있었나요? 기분 나쁘거나."
"아니요."
"기분이 좋거나, 크게 웃은 적은?"
"아니요."
"요즘 제일 뭐가 먹고 싶어요? 뭐 좋아해요?"
"없어요."
전에는 어땠어요? 그때도 좋고 싫은 게 없었어요?
"......"
수술 전에는 어땠죠? 지금하고 많이 다른가요?
(해변에서 놀며 행복해 하는 모습과 교실에서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
의사가 정리한다.
"황시목 군은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또 다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어 머릿속에서 들리는 삐-하는 소리가 들리고...
현재의 성인이 된 황시목이 그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로 인한 고통으로 운전 중에 차를 멈추고,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소년의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오프닝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황시목이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나쁜 종류의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병변을 안고 있었다.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 즉 희노애락을 잃어버렸다. 어떤 면에선 하늘로 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냐? 그렇지도 않다. 언제든 삐-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찾아온다.
우리는 오프닝 몽타주 씬으로 황시목이라는 인간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연민은 주인공이 잘 되는 마음으로 바뀌고, 그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시청자를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펼쳐갈 스토리에 호기심을 갖게 한다.
악역이 아닌, 선역의 소시오패스라니!
당신은 여태껏 그런 캐릭터 본 적이 있었나?
근데 오프닝에는 그의 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검사. 시청자들은 그의 꿈이 그만의 정의를 구현임을 알아차린다.
<브레이킹 배드>는 필자의 인생 드라마이다.
프롤로그에서 일명 '빤스런'이라 불리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월터는 방독면을 빤스 바람으로 캠핑카를 몰고 사막 길을 달리고 있다. 다급함 때문인지 캠핑카는 지그재그로 나아가다가 도로를 이탈해 처박힌다. 이윽고 차에서 뛰쳐나오는 월터, 방독면을 벗어던지고 절규한다. 숨을 멈추고는 유독가스가 남아있는 차 안에 들어가 시체 손에서 총을 빼앗고, 글로브 박스에서 캠코더와 지갑을 챙겨서 다시 나온다. 캠코더를 작동시켜 자신의 유언을 촬영한다. 멀리서 경찰 싸이렌이 들려오자 빤스 뒤에 꼽아 두었던 권총을 뽑아들고는 도로로 나가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프롤로그는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시청자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며 스토리에 빠져 들게 한다.
타이틀롤이 흐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롤로그에서 미친 놈처럼 그려졌던 월터는 이 오프닝 시퀀스에서 매우 평범한 소시민으로 묘사된다. 그래야만 월터라는 인물이 극에서 극으로 반전하는 느낌이 극대화 된다. <브레이킹 배드>는 평범한 화학교사였던 월터 화이트가 폐암 진단을 받고 각성하면서 마약 왕이 되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임신한 아내 옆에서 일어나는 월터, 스텝퍼로 가볍게 운동을 하는데 벽에 노벨 화학상을 받는데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이 보인다. 그는 비록 노벨상 수상자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실력자였던 것. 아침 식사 중에 고등학생 아들이 주방으로 들어오는데, 목발을 짚고 말이 어눌한 장애인이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보일러를 바꾸자고 수백만번 얘기했는데 바꿔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으로 봐서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닌 듯하다.
월터는 노벨상급 실력자이지만 고작 고등학교 화학선생을 하고 있다. 왠지 불쌍해 보인다. 그는 수업시간에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에게 지적을 한다. 그 학생은 월터에게 개기지만 월터는 찍소리도 못한다. 방과후에 월터는 세차장에 가서 카운터를 보는 알바를 한다. 아마 학교에서 주는 박봉으로는 살림을 온전히 꾸리기 힘든 탓이리라(곧 태어날 늦둥이까지 책임져야 한다). 근데 갑자기 세차장 주인이 나타나 직원이 그만 뒀다며 월터에게 세차를 하라고 시킨다(부당한 대우다!) 월터는 카운터 알바지 세차 알바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 아쉬운 그는 밖으로 나가 멋진 스포츠카의 바퀴를 비눗물로 닦는다. 그런데 그 차 주인은 수업 시간 그에게 개겼던 학생이 아닌가! 학생과 그의 애인은 타이어를 닦는 월터를 내려다 보며 한심해 한다.
이렇게 작가 빈스 길리건은 월터 화이트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이며, 그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매우 잘 설계가 된 시퀀스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월터는 자신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각성하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가족을 위해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의 특기를 살려 마약을 제조해서 팔기 시작하는데...
데일리 토픽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윤영화(하정우)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전화 연결을 하던 중 그는 상대(테러범)가 엉뚱한 얘기를 하자 끊고, 다른 청취자와 연결을 하는데, 먼저 연결됐던 전화가 이상하게도 끊기지 않는다. 광고가 나가는 시간, 끊기지 않는 전화의 목소리는 윤영화와 실랑이를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있는 테러리스트임을 밝힌다. 장난 전화라고 생각한 윤영화는 테러범과 욕설을 주고 받으면서 자극을 하고 이에 테러범은 스튜디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포대교를 폭파시킨다.
충격을 받은 윤영화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가 멈추고, 자신의 라디오로 독점 생중계를 해야겠다고 맘을 먹는다. 로버트 맥키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서만 캐릭터가 나온다고 설파했는데, 바로 이 순간 윤영화의 선택은 그가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윤영화는 즉시 보도국장과 통화해서 독점 방송을 딜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달 전에 이혼을 했고, 현재 뉴스 앵커 자리에서 밀려나 라디오 진행자로 유배된 상황임이 드러난다. 윤영화는 테러범과의 통화 생중계를 통해 세인의 주목을 받아 다시 앵커 자리로 복귀를 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힌다. 또한 통화가 안 된 전 아내에게 이번 일이 잘 되면 다시 합쳐보자는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커리어와 사랑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자 목표.
라디오 스튜디오로 티비 중계팀이 들어오고, 기존 라디오 팀이 윤영화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쫓겨난다. 방금 전만해도 같이 잘해보자고 했건만, 윤영하는 눈 깜빡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윤영화 성격의 일면.
이렇게 윤영화는 보도국장과 테러범을 자수시키는 그림과 함께 자신이 영웅이 되는 그림을 그리며 야심차게 생중계를 시작하지만, 시작부터 그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데...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 형님의 한 말씀. 등장인물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그 대가를 치를 때 관객은 가장 강력하게 감정이입을 한다.
테러범이 오히려 윤영화를 가지고 놀기 시작할 때 관객은 스토리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겨울에 호수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프롤로그가 끝나면...
아렌델 왕국의, 아직은 어린 엘사와 안나 공주 자매를 소개하는 것으로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된다. 잠을 자고 있는 언니 엘사를 깨우는 안나, 하지만 엘사는 귀찮아 한다. 이에 안나는 눈사람을 만들자고 하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미소와 함께 눈을 뜨는 엘사. 둘은 비밀리에 널따란 강당으로 가서 그들만의 눈놀이를 시작한다. .
강당에서 엘사는 마법으로 눈을 만들고, 안나는 엘사가 만드는 눈 위를 뛰어다니며 논다. 자매에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엘사가 쏜 마법의 정기가 안나의 머리에 명중하고 안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지 못하는 안나를 데리고 엘사와 왕과 왕비는 숲속의 요정(?)인 트롤을 찾아간다.
"마법은 타고 난 건가요, 저주 받은 건가요?"
"타고난 거네."
왕이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 정답은 타고난 능력이면서 저주 받는 능력이다.
"안나는 쉽게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안나가 알고 있는 엘사의 마법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다만 언니에 대한 즐거운 기억은 살아있다. 엘사의 능력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그것은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게 저주가 아니면 무엇인가? 일의 자초지종을 안다면, 앞으로 엘사에 대한 서운함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날 이후 엘사는 커다란 강당 안에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택한다. 부당하다. 좋은 기억만 갖고 있는 안나는 문 밖에서 언니를 그리워하고 안에서는 엘사가 괴로워한다. 엘사는 그곳에서 아버지로부터 감정을 조절하고, 저주받은 능력을 들키지 말라고 교육 받는다. 마법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창 놀아야 할 때 세상과 단절된 채 독방에 갖힌 신세의 엘사. 엘사가 주인공이 아니지만 주인공처럼 보이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와중에 왕과 왕비는 해외 순방을 갔다가 죽고 만다.
장례식에도 참석 못한 엘사...
이제 안나와 엘사 단 둘만 남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때조차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엘사가 안나는 서운하고 원망스럽다.
다시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엘사가 성인이 되어 왕위를 물려받게 되자, 그녀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 동안 안나는 왈가닥으로 잘 성장했다. 하지만 즉위식에서 안나는 철딱서니 없게도 처음 만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그걸 반대하는 엘사 사이에서 논쟁이 오간다. 저간의 언니 사정을 모르는 안나는, 지난 오랜 세월 강당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가 이제 나와서는 웬 언니질이나며 따지고, 그 말에 상처를 받은 엘사는 자리를 피하려 한다. 그때 안나로 인해 언니의 마법을 감추는데 쓰는 장갑이 벗겨지고...
엘자는 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하면서 저주받은 얼음 마법이 고삐 풀린 채 쏟아져 나온다.
결국, 엘사는 아렌델 왕국 전체를 꽁꽁 얼려놓고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이제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안나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르기 위해 모험을 떠나야만 하는데....
안나의 꿈은 언니의 저주를 풀고, 다시 어린 시절 따뜻했던 자매애를 복구하는 것이다.
그녀의 캐릭터는?
매사에 긍정적이지만, 단순하고 즉흥적이다. 과연 그녀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시청자들을 스토리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