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난 늘 누군가를 먼저 생각했다.
나는 늘 누군가를 먼저 생각했다.
밥은 먹었는지, 힘들진 않은지,
혹시 내 말에 기분 상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다 보면 정작 내 감정은 밀리고 밀려,
말라붙은 고구마처럼 목에 걸렸다.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 말도 예전엔 좋았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 이후엔 늘 무언가가 따라왔다.
“그래서 이건 네가 좀 해주면 좋겠어.”
“넌 그런 거 잘하잖아, 도와줄 수 있지?”
착하다는 말이
슬그머니 무기로 변해 있었다.
내가 먼저 웃으면,
그건 ‘수용’의 신호였고
내가 먼저 조용하면,
그건 ‘괜찮다’는 뜻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도저히 힘들어서
그동안 미뤄뒀던 내 감정을 꺼내어 말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이랬다.
“너 갑자기 왜 그래?
그동안은 한 번도 그런 말 안 하더니.”
“되게 예민하게 군다?”
“너답지 않게 왜 이기적이야?”
이기적이란다.
감정 한 번 표현했을 뿐인데,
내 마음을 한번 챙겼을 뿐인데.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아, 이건 누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내가 나를 먼저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날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없겠구나.
나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너무한 건가?’
‘혹시 상처받았을까?’
하지만
그 죄책감도 곧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내가 입에 담지 않았던 말들이
결국엔 ‘나를 지우는 방식’이었음을.
그들은 말한다.
“요즘 너 너무 변했어.”
나는 웃으며 속으로 되묻는다.
“그래서… 전보다 더 불편해졌어?”
나를 먼저 생각하면,
세상이 좀 더 선명해졌다.
누가 내 감정에 무심했고,
누가 내 시간을 침범했는지 뚜렷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거리를 두니 편해.
이게 진짜 괜찮은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나를 지키는 선택이야.”
혹시 지금,
당신은 누구의 감정을 먼저 돌보고 있나요?
그리고, 당신의 감정은… 어디쯤 서 있나요?
by H.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