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숲의 그림자와 균열
숲속의 짝
오늘의 숲에는 두 감정이 마주 앉습니다.
서로 다른 속도로 걷고, 서로 다른 빛을 비추지만
결국 한 장면 안에서 숲을 완성합니다.
오늘은 숲에 작은 소동이 벌어집니다.
나무 위의 고양이는 하품을 하고
탑 위의 공작새는 깃털을 반짝입니다.
늘어짐과 과시가 한자리에 앉으면
숲은 조금 더 유쾌해집니다.
숲의 한쪽 나무 위에 늘어진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귀찮음의 또 다른 얼굴.
고양이는 하루 종일 나뭇가지에 등을 붙이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습니다.
“오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군…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흘러가잖아.”
숲 한가운데에는 탑 위에서 깃털을 활짝 펼친 공작새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자만심의 또 다른 얼굴.
공작새는 날마다 깃털을 반짝이며 외쳤습니다.
“여길 보라! 나만큼 화려한 자가 어디 있느냐!
숲은 나를 올려다봐야만 해!”
공작새는 나무 위의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콧소리를 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네? 나처럼 멋지게 서 있어야지!”
고양이는 꼬리만 툭 치며 중얼거렸습니다.
“…귀찮아.”
둘은 끝없이 티격태격했지만,
고양이의 나른함은 공작새의 과시를 누그러뜨렸고,
공작새의 화려함은 고양이의 게으름에 묘한 생기를 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탑은 크게 흔들렸고, 공작새는 자랑하던 깃털을 지키느라 허둥댔습니다.
그 모습을 본 고양이는 느릿느릿 가지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탑은 오래 못 버텨. 네 자리로 돌아와.”
공작새는 처음엔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탑이 기울자, 그는 무서움에 떨며 고양이의 가지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고양이는 날아온 공작새 옆에서 중얼거렸습니다.
“봐,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지.
하지만 네 깃털 덕에 숲은 잠시 빛났어.”
공작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답했습니다.
“네가 말한 고요가 필요했어.
내가 너무 높이 올라가 버렸으니까.”
숲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게으른 고양이와 화려한 공작새.
정반대의 두 존재가 서로의 한계를 드러내며,
숲의 균형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고양이와 공작새는, 지금 어디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