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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Nov 26. 2023

전국 칭찬 협회에서 오셨습니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위한 칭찬

아이고, 어째 여기까지 올라왔어?
몇 살인데 여기까지 올라왔어?
저 애도 올라가는데, 너도 할 수 있어.


첫째와 둘째랑 등산을 가면 낯선 사람들의 칭찬 퍼레이드가 열린다. 노부부는 자기 손주 나이를 이야기하며, "다음에 우리 손주도 데려와야겠다."하시고, 지나가는 커플은, "너는 몇 살인데 이렇게 여기 누나보다 훨씬 잘 걸어가~?" 같이 말을 걸기도 한다. 산에서 만나는 전국 칭찬 협회 정회원분들의 칭찬은 등산을 포기하고 싶게 하다가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준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어른 코스로 1.5시간 정도 쉬운 코스인데, 애들이랑 가니 3시간은 걸렸다.

일상이 바쁜 워킹맘에게는 평소에 칭찬을 할 시간이 없다. 집에서는 쳐내야 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칭찬은커녕 평소에 대화할 시간도 없다. 놀이터에서 하원 후, 씻고, 요리하고, 저녁 먹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여기에 한글까지 봐줘야 한다니. 나름 대치동 영어강사인데, 영어도 봐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옆에 한글 공부를 끝낸 아들은 이미 졸려서 눈을 비비적거린다. 


오늘 나는 등짝스메싱을 안 때렸고, 소리도 지르지 않았으니 꽤나 괜찮은 엄마였다고 생각하며 욕심을 내려놓는다. '오늘 꽤나 괜찮은 엄마' 타이틀의 영광을 잃기 전에 빨리 치카를 시키고 재워야겠다.



미국에서 칭찬 포비아가 유행하던 시절에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의미 없는 칭찬"을 하거나, "바꿀 수 없는 것에 칭찬"을 경계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똑똑함을 칭찬을 하면, 아이가 자기의 머리를 믿고 공부를 안 하게 된다. 물론, Better than nothing. 아무 칭찬을 안 하는 것보단 어떤 칭찬이라도 더 낫긴 하다. 우리는 이 칭찬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칭찬스티커는 아동기관에서 외적동기부여방식으로 흔하게 쓰인다. 실제로 현재 근무하는 유치원에서도 볼 수 있고, 첫째 별이의 피아노학원에서도 볼 수 있다. 칭찬스티커의 배경엔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의 이론이 있다.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칭찬을 쓴다. 우리 집에도 시작은 야심 찼지만 끝은 흐지부지해진, 빛바랜 칭찬스티커가 냉장고에 붙어있다.


20년 전, 미국에서는 무의미한 칭찬에 대한 비난붐이 일었다. 의미 없는 칭찬은 우리 아이들을 고정형 사고방식으로 키우며 불안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는 연구 조사 나왔고, 이는 칭찬 포비아의 시작이었다. 교수님은 4학년, 교생실습 대상자들에게 "노력"에 대한 코멘트를 하라고 반복해서 당부하셨다. (사실 칭찬하는 문화가 아닌 한국에서 자란 나는 칭찬을 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에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흔하게 말하던, "You're great." "You're genius." 같은 칭찬이 밀레니얼세대의 우울증과 끈기부족의 원인이었다니. 결과적으로, "정말 똑똑하구나!"라는 칭찬이 아닌, "열심히 노력했구나!"같이 노력에 초점을 맞춘 칭찬을 해야 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코넬 대학교의 Kenneth Barish, PhD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Warn empty praises"
(...)
Praising children’s effort promotes a growth mindset. when children have a growth mindset, they are more likely to regard their failures not as a judgment but as an opportunity for learning. Children with a growth mindset therefore show more optimism and persistence when faced with setbacks.

아이의 노력을 칭찬하는 것은 성장형 사고방식을 촉진시킨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어린이들은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생각한다. 따라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더 긍정적이고 인내심을 발휘한다.
(Kenneth Barish, PhD, Clinical Associate Professor of Psychology, Cornell University)


등산. 현대 사회에서 등산은 산에 있다는 것 자체가 노력의 산물이다. 계절감에 맞춘 옷을 입고 집을 나와 산에 간 것부터 둘러가더라도 정상을 향해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노력이다. 그 노력에 칭찬까지 더 해져, 아이의 성장형 사고방식은 쑥쑥 자라 고있다. 놀이터나 키즈카페에서는 미끄럼틀을 잘 탄다고 칭찬해주지 않는다. 반면, 산에서는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올라가는 노력을 꾸준히 칭찬해준다. 성장형 마인드를 키우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다. 나는 오늘도 아이랑 등산을 간다.


*항상 오며 가며 눈짓으로, 제스처로 저희 애들을 칭찬해 주셨던 전국 칭찬 협회 정회원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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