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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Dec 06. 2023

첫 발자국, 그 중요함에 대하여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일 낼 것이여

자기 효능감 (Slef-efficacy). 유아교육에서 배우는 이론은 심리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데, 그중 자기 효능감은 부모가 쉽게 해 줄 수 있는 우리 아이의 긍정심리의 첫걸음이다. 자기 효능감 (Self-efficacy)은 캐나다 심리학자인 반두라가 소개한 개념으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Self-efficacy is the belief in one’s ability to succeed in achieving an outcome or reaching a goal. 

목표에 도달하고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의 믿음
(Social Emotional Learning (EASEL) Laboratory at the Harvard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자기 효능감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직접 수행한 일을 성공(mastery)하는 경험인 수행성취를 통해서이다. 


유치원에는 일상생활에서 학생 개개인이 이런 성공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놓는 장치가 많다. 그 예가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손으로 줍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은 '이런 건 누가사지?' 하는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 어린이들은 놀이시간이 끝나고, 3분 남짓한 청소시간에 종이조각, 지우개 똥, 반짝이는 스팽글을 기어코 찾아 쓰레받기에 담아 쓰레기통에 넣는다. 흔한 일과 중에 볼 수 있는 '어린이 스스로 수행(빗자루와 쓰레받기)하고  성공(쓰레기통에 버리기)하는 자기 효능감을 올리는 활동이다. 



등산은 이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정상에 올라가는 건 굉장히 큰 성공인데, 그 정상의 높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첫째 별이와의 첫 등산은 집 근처에 있는 매봉산이었다. 매봉산은 높이가 100미터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산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뒷산"으로, 산이라고도 취급하지 않을 만한 얕은 산. 매봉산 정상을 여섯 번 정도 갔을까? 드디어 별이가 다른 산도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얕은 산 정상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어른들의 칭찬도 받으면서 점점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다음으로 도전한 산은 안산이다. 안산은 300미터 정도지만, 다양한 길을 만날 수 있다. 데크길도 있고 오솔길과 가파른 바위의 오르막길도 있다. 매봉산의 오솔길과 데크길만 보다가, 바위산을 보니 첫째가 신났다. 스파이더맨이라며 여기저기 바위를 네발로 돌아다닌다.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길은 놀이터에서 아빠가 밀어주던 집라인보다 더 스릴 있었다.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첫째 별이가 다른 산을 가보고 싶다고 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얕은 매봉산을 올라간 '작은 성공'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가다 보니, "어? 이거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산에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작은 성취감이 쌓이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준다.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등산은 오르기 시작한 것부터 이미 작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물과 비타민 주전부리를 가방에 챙긴다. 날씨를 체크해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문 밖으로 나간다. 벌써 산 정상에 올라간 느낌이다. 

등산을 갈 때마다 매 번 정상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우면산은 아직도 우리가 정상까지 못 간 산인데, 이 날은 우리가 김밥을 먹은 자리를 정상으로 정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중간에 평평한 돌을 찾아 초콜릿바 하나 먹으면 "여기가 정상이지 뭐."라는 마음 가짐으로 산행에 나선다. 산의 정상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 실패한 산 정상을 두 번째, 세 번째에 도전하면 된다. 마침내 정상까지 올라가면, '나도 할 수 있네'라는 자기 효능감에 회복탄력성까지 합쳐서 아이의 내면은 더 단단해진다. 



등산 후 달콤한 낮잠까지 잔 일요일 오후. 나른한 오후에 작은 방에서 외친다.

빨래 정리하자


첫째와 둘째가 빨래산 앞에 앉는다. 6살인 별이는 뒤집어진 바지에 손을 넣어 바르게 만들고 있고, 3살인 비야는 똑같은 양말을 찾고 있다. 집안일. 이 하찮아 보이는 일도 아이의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좋은 활동이다. 가방 챙기기, 숟가락과 젓가락 놓기 등 집안에는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작은 성공이 모여, 후에 '저것도 해볼 만하겠는데?'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큰 일'을 도모하게 된다. 작은 성공이 모여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이는 큰 도전의 첫걸음다.

 

평일엔 우리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키워줄 수 있는 집안일을 아이랑 같이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가보면 어떨까. 절대 집안일을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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