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의 위로 방법

언제나 옆엔 아빠가

by 한별

새벽같이 눈이 내린다. 고요해진 세상. 새하얀 눈송이는 하나하나 셀 수 있을 것처럼 천천히 내려온다. 앙상했던 나무들은 하얀 옷을 입는다. 풀들도 하얗게 덮여 정갈해 보인다. 내리는 눈을 보며 마음이 가라앉았다. 한편으로는 내린 눈 때문에 차로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콩콩이가 깨어나자 준비시킨다. 밥 먹이고 씻기고. 콩콩이 엄마, 아빠는 분주히 나갈 준비를 한다. 콩콩이 아빠인 나는 오랜만 영화관에 보는 영화가 옥토넛(상황이 어려운 동물들을 도와주는 동물구조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황금연휴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콩콩이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는 싶지만 콩콩이가 좋아할 것을 기대하며 영화관으로 향했다. 팝콘과 음료를 사서 영화관으로 들어가 나는 중간에 잠들긴 했지만 콩콩이는 집중하며 영화를 본다.


사건 발단은 영화가 끝날 무렵 발생했다. 영화가 끝나자, 콩콩이는 영화를 더 보겠다고 한다. 집에서처럼 리모컨 작동하면 더 보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와 아내에게는 영화가 끝났는데, 영화를 더 보겠다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콩콩이 엄마는 키즈카페를 가자며 콩콩이를 달랜다. 병원에서 콩콩이가 많이 뛰어놀게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키즈카페에 가서 열심히 뛰어놀 것을 기대하며 우리 가족은 키즈카페로 향했다.


키즈카페로 가는 길. 콩콩이는 잠깐 차에서 잠들기는 했으나, 낮잠을 충분히 못 자서인지 피곤해 보였다. 콩콩이는 키즈카페에 도착하자마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 왜 친구가 없어?”


친구랑 같이 안 왔으니, 친구가 없는 건 당연한데. 또 한 번 콩콩이의 생각지도 못한 발언. 평소에 친구 없이도 키즈카페에서 잘 놀면서 갑자기 친구 타령이라니. 키즈카페에 온 의미가 무색하게 콩콩이는 인형 하나 껴안고 앉아서 티비를 본다. 콩콩이 엄마는 콩콩이에게 기차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라고 얘기한다. 돌아오는 건 콩콩이의 짜증뿐. 이럴 거면 여기 왜 왔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키즈카페 이용이 끝난 시간. 갑자기 콩콩이는 사진도 찍어야 하고 음료수도 마셔야 하는데 집에 왜 가냐고 따지듯 말한다. 울기 시작한다. 아내와 나는 어이가 없는 상황. 달래지지도 않는다. 나는 콩콩이를 번쩍 안아 데리고 나온다. 콩콩이를 위한 모든 것이 콩콩이의 짜증과 불평으로 끝나는 상황. 콩콩이 엄마와 아빠는 혈압이 오르기 시작한다.


콩콩이는 키즈카페에서부터 울기 시작해 집에 와서도 계속 운다. 콩콩이는 엄마한테 크게 혼난다. 그리고 좀 진정되면 씻겠다는 콩콩이. 거실 바닥에 담요를 덮고 가만히 누워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온다. 스스로 진정해 보겠다고 저렇게 누워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정해 보려고 혼자 노력하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것 같았다. 옆에 같이 누워있어 보기로 한다. 옆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아이가 아빠의 위로를 느끼길 바라며.


콩콩이가 그 마음을 느꼈는지, 숨을 편안하게 쉬기 시작한다. 나의 마음이 전달되었을까? 어쨌든 콩콩이가 괜찮아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시기에 콩콩이가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대부분 부모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못하게 하고 부모가 혼내서. 그래서 다행히 부모가 콩콩이를 위로해 줄 수 있다. 그 위로가 아이에게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콩콩이가 커나가면서 친구, 학교, 직장 때문에 힘들어할 때, 나의 위로가 닿을 수 있을까? 그때는 위로를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콩콩이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순간.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옆에서 아빠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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