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이중성

텐텐이 뭐길래

by 한별

“아빠, 텐텐주면 씻을게”, “어린이집 갈 때, 초콜릿 줘.”


5살 콩콩이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엄마 아빠가 무언가를 하자고 할 때, 콩콩이는 꼭 협상을 걸어와요. 처음에는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는 거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콩콩이가 원하는 것을 해줬어요. 그런데 당연히 씻는 것, 당연히 어린이집 가는 것, 당연히 자러 가는 것에 콩콩이가 계속 무언가를 요구하니 안 되겠다 싶었죠.


콩콩이를 혼내기 시작합니다. 이건 협상할 것이 아니라고. 너를 위해 씻는 거고, 너를 위해 자는 건데 왜 자꾸 무언가를 요구하냐고요. 혼내기 시작하면, 콩콩이는 얼굴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감기에 걸린 환자처럼 기침을 합니다.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콩콩이의 한 마디.


“아빠, 미워”


콩콩이 어깨가 한층 올라와있습니다. 입술도 삐죽 나와있고요. 그 모습을 보면 저는 더 이상 혼내지 못합니다. 웃음이 나오거나, 못난 아빠 만나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콩콩이는 더는 텐텐이나, 초콜릿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마음 약해진 아빠입니다. 달라고 하지 않은 텐텐이나 초콜릿을 입에 넣어줍니다. 그렇게 아빠는 콩콩이에게 화해를 청합니다. 분명 아빠는 딸 천재였고, 안된다고 정한 것은 끝까지 안 들어줬는데, 이제는 흔들려요. 콩콩이가 5살이 되니 애교가 많아지고, 표현하는 것도 풍부해지고, 무엇보다 혼날 때 불쌍해 보이려고 하는 그 표정 때문인 거 같아요.


그렇습니다. 아빠가 지고 말았죠. 콩콩이에게 패배를 인정합니다.


“콩콩아, 이번에는 콩콩이 기분 좋아지라고 주는 건데, 다음부터는 달라고 하면 안 돼.”


콩콩이는 대답합니다.


“네~ 고마워요. 아빠.”


대답은 잘합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똑같은 상황일 거라고. 콩콩이 입장에서는 텐텐 하나 주는데 깐깐하게 군다고 생각하겠죠? (웃음)


콩콩이는 콩콩이 엄마처럼, 저를 다루는 기술이 느는 거 같아요. 항상 당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콩콩이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기뻐요. 부족한 아빠 옆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 콩콩이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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