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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Jul 03. 2019

마크로비오틱과 기름을 대하는 자세

6월 마지막 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소나기에 정신이 없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나기도 한다. 때로는 이 해를 뚫고 비가 내리기도 한다. 한반도에도 장마가 찾아왔다. 그런데, 10여년전에도 장마가 이러했던가. 요즘의 날씨는 동남아의 우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장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날씨가 바뀌며 몸 상태가 저조해지기 쉬운 계절. 음성의 여름 작물들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습하고 비가 오는 음의 계절이기에 이런 음성의 여름작물들에 적절한 양의 조리를 더해주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몸이 상하기도 한다. 

 이런 계절, 몸에 음양의 조화를 갖추기 위해 주식부터 신경쓰기로 했다. 현미밥으로 제대로 곡물 중심의 주식을 챙겨먹으며, 해조류와 같이 중용에 가까운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몸 상태를 잘 보아가며 매일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조리도구를 바꾸기도 하며, 깨소금을 올리기도 한다.

 장마와 한여름을 오가던 어느날 점심. 미역후리카케를 넣은 현미밥을 주식으로 내고, 생강초절임을 곁들였다. 겨울에는 당근, 브로콜리 등을 사용해 만들었던 그라탕은 여름을 맞아 가지와 토마토 소스를 사용해 라자냐 풍으로 만들었다. 그라탕은 건강 보다는 즐기기 위해 먹는 음식이지만,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살면, 이 역시 몸에 주는 부담을 줄여 만들 수있다. 버터, 생크림, 치즈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연두부 크림은 최소한의 기름으로 만드는데도 녹진한 맛이 일품이라, 팝업식당을 시작했던 12월부터 줄곧 인기있는 메뉴였다. 음성으로 치우치기 쉬운 두부, 토마토 모두 양의 조미료에 마리네이드해 음의 성질을 덜어낸다. 이렇게 전처리를 한 두부와 토마토는 액체 기름을 사용한 드레싱 보다는 통참깨를 갈아 직접 만든 참깨드레싱을 올려 샐러드로 만들어보았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기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신체에 필요한 3대영양소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인 만큼, 기름도 우리 몸에 필요한 식재료이다. 단, 기름은 소화, 대사가 용이한 식재료가 아니기에 조리법, 사용량, 계절을 이해하며 사용해야 한다. (어쩌다보니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두유 마요네즈를 만들었는데,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이니, 시판 마요네즈 보다 나을뿐, 건강하라고 먹는 음식은 아니다. )음의 계절인 장마에는 음의 성질이 강한 액체 기름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기에, 이 계절 드레싱은 액체 기름의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기름은 늘 GMO, 발암물질 등으로 화두에 오르곤 하니, 조리법 못지 않게 어떤 기름을 선택하는가에 대해서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마크로비오틱 알아가기' 매거진에서도 다룬적이 있지만, 마크로비오틱을 일상에 들여오고 싶다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조미료, 기름과 같은 기본재료를 바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더 여름같아진 어느 날의 밥상. 더위를 식히고자 여름채소들을 늘려보았다. 여름채소 애호박으로 여름 부침개를 만들어보았다. 텃밭 방아잎이 더해지니 향긋함이 일품이다. 음성인 오이는 액체 기름에 버무리기 보다는 호두와 장류로 만든 소스에 버무려 밸런스를 잡아 준다.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참외로 태국의 쏨땀풍 샐러드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태국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터라 태국음식과 친한 편이다. 내가 일했던 음식점의 쉐프님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도 설탕을 많이 사용했다. 쏨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참외, 우리나라의 장류가 있다면, 설탕, 피쉬소스, 구하기도 어려운 그린파파야로 만드는 쏨땀을 찾을 필요가 없다. 달고 매워 뱃속이 거북해질 일도 없다.

일본에서 함께 마크로비오틱을 배운 친구가 한국에 왔다. 짧은 여행기간 중, 나의 작은 팝업식당에까지 와주겠다 해, 이 주의 메뉴는 조금 더 한식을 의식한 메뉴로 구성하고, 처음으로 일본어 메뉴를 도입했다. 

그렇게 함께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운 친구에게 한국의 마크로비오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메뉴.

보리를 섞은 현미밥과 흑임자소금

오이소박이

깻잎튀김, 방아잎을 넣은 애호박전과 간 무

매콤 방울토마토무침

마늘쫑과 콩나물

당근페스토에 버무린 감자 샐러드

두부된장국

 일본에서는 김치를 먹고 싶어도 설탕과 첨가물이 가득한 공장김치밖에 없다던 친구의 말을 기억하고, 오랜만에 김치를 담그었다. 여기에 한국의 된장국을 내어주고, 오코노미야키와 야채튀김의 중간쯤 되는 코리안타운의 전만을 경험했을테니 본고장의 전을 맛볼 메뉴도 넣었다. 

 한편, 일본에서 보기 드문 제철채소 깻잎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튀김으로 내었다. 여름철에 권하고 싶은 구성은 아니기에 메뉴 공지를 올리기 전까지 내 발목을 잡았지만 마크로비오틱답게 지혜롭게 대처해보기로 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기름을 부정하지 않기에 튀김도 곧잘 하는데, 튀김을 하는 경우 반드시 지방 분해와 소화를 돕는 음식을 곁들여 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다. 생 무는 최근 섭취한 지방의 분해와 소화를 돕는다. 한편, 무말랭이는 오래 묵은 지방의 분해를 돕는다. 다행히도 한국의 마크로비오틱 식당을 찾아준 나의 친구도, 손님들도 이 간무와 깻잎튀김의 조합을 무척이나 좋아해주었다. 토요일 라스트오더를 넘긴 시간, 친구와 마주앉아, 함께 식사를 하며 한국에서 보리를 수확하는 시기, 방아잎, 장마버전 당근페스토 레시피 등 오랜만에 마크로비오틱 이야기를 꽃피웠다.

 생막걸리가 맛보고 싶다는 친구에게 이 곳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첨가물 없는 깨끗한 생막걸리만을 다루는 나의 최애 막걸리집에서 소중한 친구와 함께 막걸리와 제철 요리를 즐겼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바다를 건너, 하늘을 날아 찾아와주었다. 나도 헛 살지는 않았나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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