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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Jul 09. 2019

율무, 옥수수, 오이...달라져가는 식탁의 빛깔

7월 첫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이제 완연히 여름날이다. 지난 주말에는 30도를 훌쩍 웃도는 기온에 절로 복장이 가벼워졌다.

지난주 어느날의 밥상. 여름답게 다양한 색깔이 보인다. 해산물과 달걀없이 마크로비오틱 치라시스시를 만들었다. 올해 담근 오이지도 어쩌면 이렇게 잘되었는지. 여름에는 오이, 토마토, 가지와 같은 여름철 작물을 먹는 것이 이치이지만 이런 여름작물, 열대과일을 조리를 거치지않고 과식했다가는 몸이 음성으로 치우치기 십상이다. 오이지는 음의 성질이 강한 오이에 양의 조리를 가해, 여름철 식탁을 지켜주는 든든한 밑반찬이 되어준다.

여름을 맞아 곡물의 종류도 달라진다. 찬장에서 율무를 꺼내 율무샐러드를 만들어보았다. 같은 곡식이어도 여름철에 수확하는 율무, 보리 등은 현미보다도 음의 성질을 갖는다. 마크로비오틱은 채식중에서도 곡물 채식을 권장한다. 식단의 60~70%이상을 곡물로 채우며, 제대로 밥을 챙겨먹기를 권하기 때문에 반찬류도 곡물을 사용한 반찬을 자주 만든다. 이 날 만든 율무 샐러드는 밥상에 곡물을 더하며, 여름철에 맞는 반찬으로 안성 맞춤. 중용에 가까운 식재료 중 하나인 톳도 더해보았다.

미리 주문해둔 유기농 초당옥수수가 도착했다. 봄철 잠시 맛본 두릅, 머위 등과 같이 초당옥수수도 1년중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새침한 아이 아닐까. 이 소중한 재료를 팝업식당에서 손님들과 함께 맛보기위해 미리 주문해두었다.

소셜살롱 문토 마크로비오틱 모임 '나와 만나는 주방'은 어느덧 여름시즌을 맞이해 사계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조림류등 조리시간이 길던 가을 ,겨울과 달리 ,손질이 덜 필요한 여름재료를 사용해 조리 시간이 짧은 요리를 하니 퇴근후 문토라운지를 찾은 멤버들과 함께 요리를 해도 한번에 이렇게나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다. 함께 쏨땀풍 참외샐러드, 마완두 함바그, 매콤 방울토마토무침, 호두소스 오이무침을 만들었다. 이처럼 여름철은 조리시간도 짧고 손질에 필요한 수고가 덜하기에 주방과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주방과 친해지기에 좋은 계절이다. 다만, 밑반찬과 같은 저장식품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여름맞이 주먹밥. 손으로 압력을 주어 만들기에 주먹밥은 일반 현미밥보다는 조금은 양의 성질을 지닌다. 이러한 주먹밥에 레몬소금과 애호박, 방아잎을 더해 여름답게 만들어 보았다. 레몬소금으로 음의 성질을 더하고, 부패를 방지해주기도 한다.

봄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었다. 일곱살난 조카가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개 남겨두었다. 더운 여름날,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며,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생명력이란 어떤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는데, 얼마나 기억할런지...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해본다는것에 의미를 두려 한다.

팝업식당 '오늘'의 디저트도 새옷을 입었다. 차이 찻잎을 갈아 넣은 통밀비스코티와 참깨를 넣고 구수하게 만든 참깨 통밀 비스코티. 글루텐프리 열풍으로 찬밥신세가 된 밀에는 죄가 없다는 이야기를 유독 자주 해서 그런지, 이제 팝업식당 '오늘'의 손님들은 걱정없이 밀로 만든 디저트도 즐겨 사가신다.

그리고 매주 메뉴가 바뀌는 마크로비오틱 식당 '오늘'은 지난주도 어김없이 새 메뉴로 손님들을 만났다. 지난주의 플레이트 구성.


채소 치라시스시

쏨땀풍 참외샐러드

호두소스 오이무침

쯔유에 재운 여름채소

라자냐풍 가지 그라탕

감자된장국

레몬소금에 버무린 애호박나물


쯔유에 재운 여름채소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손님들도 많이 계셨는데 별다른 비법은 없습다. 간장과 채수만 있으면 된다. 단,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아무 간장이나 쓰지는 않는다. 우리가 손쉽게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조미료류에는 온갖 알 수 없는 첨가물이 섞여있ㄷ. 마크로비오틱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싶다면 첨가물없이 국산재료들로 자연스럽게 만든 조미료를 사용하도록 한다 적은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조미료야말로 우리가 매일 빼놓지 않고 먹는 것들이니,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유난히 다양한 색깔로 빛나고, 손님들의 호평을 이끌었던 지난 주말의 플레이트. 특히나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던 주에는 기쁜마음과 걱정이 공존한다. 매주 메뉴가 바뀌는 만큼 다음주에도 이번주의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재료가 주는 색깔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계절에는 손님들이 실망하지는 않을지. 하지만 이 역시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손님들의 반응만을 신경쓰며 제가 추구하는 음식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집밥보다도 편안한 바깥밥. 그리고 내 몸을 위해서도, 공존을 위해서도 제가 차리는 밥상이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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