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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Jul 21. 2019

생각보다 까다로운 녀석. 가지.

7월 둘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일상에서는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쿠킹클래스로도 마크로비오틱을 나누며 살고 있다. 그저 지식을 머리로 익히는 것으로는 마크로비오틱을 통한 생활의 변화를 느낄 수 없기에 쿠킹클래스에서는 새로운, 또는 생소한 식재료는 즐겨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편. 하지만, 팝업으로 일주일에 두번씩 식당을 하는 한 사람의 ‘요리인’이기에 새로운 재료는 나의 창작욕구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욕구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템페. 인도네시아의 콩 발효 식품으로, 세계 3대 발효식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템페의 맛과 식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에멘탈 치즈 정도의 식감을 갖고 있으며, 청국장과 치즈 사이의 맛과 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곤 한다. 구하기도 어렵고, 수입산 콩은 안전성이 염려되기에, 템페는 내가 거들떠 보지 않는 식재료 였다. 하지만 최근 템페를 국내산 콩을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를 알게 된 것이 나의 템페요리의 시발점이었다. 

 같은 콩가공 식품이지만 템페는 두부보다는 양의 성질을 가진다. 콩을 원재료로 사용하며, 두부보다는 양의 성질과 식감을 살리는 요리를 하고 싶을 때에 템페는 안성맞춤이다. 기온, 습도 모두가 높아 과한 수분으로 몸이 음으로 치우치기 쉬운 요즘 같은 계절에 좋은 재료이기도 하다.

 구워먹고 튀겨먹어도 맛있는 템페지만,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다. 제철 꽈리고추와 함께 생강간장에 졸였더니 밥도둑이 따로없다. 가끔 눈물 쏙 빼게 매운 꽈리고추가 섞여 있다는 점이 함정이지만…

 여름철 열매작물의 정점을 꼽으라면 가지가 아닐까. 쪄먹고 구워먹고 튀겨먹고… 활용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에서 가지는 몹시나 강한 음의 성질을 가진다. 때문에, 한여름 이외의 계절에는 아무리 여름철이라도 양의 조리를 가해 먹어야 하는 것이 가지이기도 하다.

 아직 여름의 정점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런 계절, 첨가물이 가득한 시판 두반장 대신 전통장류로 양의 성질을 더한 마파 가지를 만들어 보았다. 가지를 그대로 튀기고 생강간장에 재워 다른 식감으로 즐겨보기도 한다. 생강간장을 머금은 가지살이 몇번 씹기도 전에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행복을 부르는 맛. 이 맛에 요리를 한다. 가지에 어울리는 양의 조리이기는 하나, 지방은 대사가 쉽지 않기에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다른 재료를 반드시 곁들인다. 

 이렇게 가지는 나를 행복하게 했지만,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 중 한가지이다. 불호파로 돌아선 사람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식감아닐까. 손질도 쉽고, 친숙한 재료처럼 느껴지지만, 가지는 다양한 방법의 조리가 어울리는 만큼, 그 조리에 어울리게 전처리를 하고, 온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식감으로 완성되어 버린다. 그윽한 곡선과 광택, 온몸을 휘감은 보랏빛으로 유혹하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녀석. 하지만 까다롭기에 생각한 대로 요리해냈을 때의 쾌감 역시 크다.


 이 까다로운 녀석을 지난주 팝업식당에서도 선보였다.

 지난주 팝업식당 오늘의 마크로플레이트.

 보리를 섞은 현미밥

 곡물 미네스트로네

 마일드 마파가지

 감자고로케와 토마토 살사

 강청국장과 깻잎

 율무 톳 샐러드

 무말랭이와 오이 코울슬로

 두반장 없이 만들어 순한 맛의 마파가지를 식당 메뉴에도 내었다. 첨가물을 멀리하고 전통장류를 즐겨 사용하며, 국내산 재료 만으로 중화요리부터 동남아시아 요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흑마술(?)을 부릴 줄 알게 된 것은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얻게 된 덤이 아닐까. 다행히도 손님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가지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에서 가지 맛에 눈을 떴다는 감사한 감상을 전해주시기도 했다.

 이탈리아식 채소 스프인 미네스트로네는 계절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을 바꾸고 있다. 드라이 토마토를 사용했던 겨울철과 달리, 여름이기에 제철 방울 토마토를 사용하고, 오트밀을 넣어 국물에 깊은 맛을 더했다.

 늘 그렇듯 고로케는 오븐에 구워내었다. 허연 생 빵가루 그대로 낼수는 없기에 오븐 고로케를 내는 날이면 전날부터 빵가루를 굽느라 바빠진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오는 단골 손님도 계시기에 아이와 나눠드시라고 고로케의 간은 약하게 하고, 소스로 토마토살사를 곁들여 드렸다. 고로케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반찬이기에(사실 나에게는 아이들 먹으라고 만드는 반찬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간을 약하게 하고 살사 또는 소스를 곁들이면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보리, 현미, 오트밀, 율무...유난히 다양한 곡식을 사용한 플레이트였다. 채식 중에서도 ‘곡물 채식’을 권장하는 마크로비오틱 답다. 저탄고지, 저탄고단 식단이 유행하며 탄수화물, 곡식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탄수화물은 3대 에너지원 중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디저트, 정제한 탄수화물과 같이 중독성이 강하고, 혈당치를 급격히 높이는 탄수화물이 아닌, 통곡물류를 중심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면 탄수화물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도, 다이어트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 식품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원재료, 부작용이 의심스러운 다이어트 식품 또는 우리나라의 환경에도 맞지 않는 열대과일로 단기 다이어트를 하기 보다는 우리 땅에서 자연스럽게 나고 자란 통곡물로 식단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1주일안에 3키로를 빼기는 어려워도 적어도 부작용과 요요 걱정은 없을 것이라 장담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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