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Jul 25. 2018

열매가 맛있는 계절. 천도복숭아를 요리하는 시간.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은 숨김이 없이 솔직하다.

 장마가 지나고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더운 날이 왔다. 그래...이 정도 되어야 여름이지.

 날은 덥지만 계절의 변화는 늘 새로운 맛을 가져다 준다. 장맛비를 맞으며 수분을 가득 채워 익은 열매들이 시장에, 마트 진열대로 우르르 몰려 나와있다. 토실토실 잘 익은 열매를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시장에는 토실토실한 열매들이 몰려 나와 있었다.

 천도복숭아를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천도복숭아 사는 시기를 제대로 고르지 못했던 걸까. 우리가족이 산 천도복숭아는 늘 시큼했다. 우리집에서 천도복숭아는 결국,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 냉장고 한켠에서 쓸쓸하게 남겨져있는 과일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있다, 마트 진열대에서 뽐내던 매력에 냉큼 집어왔지만, 냉장고속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리는 아이들. 우리집에서는 주로 천도복숭아, 샐러리, 상추, 애매하게 남겨둔 어린잎 채소가 그렇다. 엄마가 ‘쟤네 빨리 해치워야 하는데…’라고 말만 해놓고는, 결국 음식물쓰레기가 되어 나가곤 한다. 


 하지만 이 천도복숭아. 무게며 향이 범상치가 않다. 그렇게 늘 우리집에서 늘 천대받던 과일을 분명히 달고 맛있을것 같은 직감에 다시 한번 사본다.

 집으로 돌아와, 가져본 올해 첫 천도복숭아 개봉식. 복숭아를 칼로 가를때부터 뿜어져 나오는 과즙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천도 복숭아를 너무 일찍 사고 있던걸까. 진정 제철을 맞아 빨갛게 익은 천도복숭아는 달콤하면서도 특유의 산미가 입맛을 최대로 돋군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모처럼 찾아낸 맛있는 천도복숭아를 보니 숨겨왔던 창작 욕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창작욕구가 찾아왔을 때는 어려운 것을 해본다. 내게 어려운 것이라 하면 레시피를 개발해야 하는 것. 더운 날씨지만 오븐을 돌려 복숭아를 올린 비건 타르트를 만들어 봤다. 

두부와 아몬드로 만든 비건 크림을 채워 넣고 만든 비건 복숭아 타르트.

 과일을 넣어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샐러드도 만들고 싶던 참이었다. 적당히 달면서 적당히 새콤한 녀석을 골라온 덕에 샐러드로 해먹기에도 안성맞춤이겠다. 여기에 씁쓸한 케일을 썰어 넣고 발사믹 드레싱을 매치하니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은 숨김이 없이 솔직하다. 장맛비를 맞은 뒤 햇살과 온기를 받고 수분을 가득 채워 익은 천도복숭아는 그 자태가 당당하다. 내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고 온몸으로 외친다. 그동안 천대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제철을 맞은 천도복숭아는 맛있다. 




하지만 난, 올해 널 두번 먹지는 않겠지.



이제 곧 백도가 나올거거든.




여담)

폭염속에서 열심히 타르트를 만들어 엄마 아빠께도 드렸지만, 줄기차게 돌려쓰는 이모티콘 하나로 대응하는 우리 엄마. 이런게 가족이겠거니, 라며 웃어 넘겨본다.

브런치 메인에 오른것을 자랑했을때도 비슷했다.


샐러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곳에

천도복숭아와 케일로 만든 샐러드 레시피는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언니에게 차려주는 집밥. 초여름 채소로 밥상을 차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