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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Sep 27. 2018

곡식과 채소를 먹는 생활. 곡물채식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네가지 원칙. 그 네번째.

 앞선 포스팅에서는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네가지 원칙을 소개해왔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원칙, ‘곡물채식’에 대해서 입니다.


 곡물채식이란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을 하며, 식물성 식품중에서도 특히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것을 말합니다. 때문에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에서는 현미를 중심으로 하며, 반찬에도 곡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율무와 함께 버무린 오이무침과 치라시스시. 반찬에도 곡식을 즐겨사용하고 밥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자연스러운 삶’,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삶’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삶을 추구하며 사람이 먹어야할 것을 생각할때, 일본의 식양법(食養法)에서는 인류의 치아구조를 힌트로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총 32개의 치아를 갖고 있습니다. 이 중, 절치 (위아래의 앞니 8개)가 8개, 송곳니가4개, 어금니가 20개입니다. 이러한 치아의 구조는 초식동물과도, 육식동물과도 다릅니다. 일본의 식양법에서는 이처럼 인간도 치아의 갯수와 모양에 따라 그 용도가 적합한 음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니는 주로 섬유가 많은 채소, 과일을 씹는데, 반대로 날카로운 송곳니는 조직을 끊기 어려운 육류나 생선류 등의 동물성 식품에 적합합니다. 마지막으로 어금니는 입자가 작고 딱딱한 곡물을 씹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어금니가 32개의 치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인류의 식사에 주가 되어야 할 음식은 곡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또다른 원칙인 ‘일물전체’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물전체’는 음식은 뿌리부터 껍질까지, 버리지 않고 먹자는 개념입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먹거리는 씨, 뿌리, 껍질, 과육 등 각 부위가 다 함께 연결되어 있을 때, 고유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육류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은 좀처럼 전체를 다 먹기 어렵습니다. 물론 족발부터 돼지껍데기까지 다 먹을수는 있지만, 돼지 한마리를 혼자서 하루안에 다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전체를 다 먹기 쉬운 작은 생선, 어패류 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일물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해도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동물성 식품 보다는 곡식과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일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사계절이 명확하고 비교적 온난한 기후의 동아시아에서는 곡물채식이 적합한 식생활입니다. 하지만, 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몸에 열기를 더해줄 동물성식품도 필요하며, 그 지역의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동물성 식품을 저장하기 쉬운 식문화가 발달 해왔습니다. 마크로비오틱의 창시자, 사쿠라자와 유키카즈 (해외에서는 조지 오사와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는 쿠시 인스티튜트의 쿠시 미치오를 포함해, 자신의 제자들을 미국, 유럽각국에 보내, 이렇게 각국의 환경과 식문화에 맞는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발전시켰습니다. 때문에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는 섭취하는 횟수는 줄이되,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스타일의 마크로비오틱도 퍼져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원칙과 마찬가지로 ‘곡물채식’ 또한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에서 권장하는 사항이지만, 꼭 지켜야할 규칙이나 신념과는 다릅니다. 원칙이라는 이유로 꼭 지키기 보다는, 자신의 생활환경과 체질에 맞춰서 먹을 필요가 없는 것과 챙겨 먹어야 할것을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동물성 식품을 모두 배제하는 비건보다도 엄격하며, 어떻게 보면 더 유연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현미채식'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백미 대신 현미밥을 내어주는 비건 음식점도 늘고 있습니다. 사진은 도쿄의 비건 음식점 Ainsoph 신주쿠점에서 주문한 그린커리.

 여기까지가 제가 마크로비오틱 쿠킹스쿨에서 배운, 마크로비오틱에서 ‘곡물채식’을 권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이유 이외에도 21세기의 식품산업과 마크로비오틱이 강조하는 ‘조화로운 삶’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을때에도 역시 ‘곡물채식’을 따르고 싶습니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육류와 해산물. 그것들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조화로운 삶’, ‘질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턱없이 좁고 열악한 우리, 이 때문에 생기기 쉬운 전염병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약품. 2017년 여름을 화제가 됐던 살충제 계란 파동도 같은 이유에서 시작된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더 저렴하면서도 ‘상품가치’가 있는 식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하지만 동물에게는 쾌적하지 않은, 사육 환경을 만들고, 이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평생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조화로운 삶’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저는 가급적 동물성식품을 배제한 비건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에서 100% 식물성 식품만을 사용하는 쿠킹스쿨 리마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어디까지나 먹거리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제가 선택한 식생활 입니다. 평범한 식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곡물채식으로 전향해 작심삼일로 끝나기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건강과 채식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실천할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특히나 마크로비오틱을 권합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 혹은 신념이 아니기에, 자신의 체질에 맞춰 조금씩 실천하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건강과 조화로운 삶을 들여올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주식을 현미밥으로 바꿔보거나 일주일에 한끼 정도는 채소반찬에 된장국, 현미밥으로 차린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을 차려보는 것도 좋은 첫 발걸음입니다.

비건 버섯 크림 리조또와 마파가지 덮밥. 리조또나 덮밥은 손쉽게 시작할수 있는 비건 마크로비오틱 메뉴중 하나입니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사진에 사용된 리조또와 마파가지 덮밥 레시피는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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