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Oct 29. 2018

뿌리부터 잎까지. 가을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10월 넷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 베이킹

 시장에 갔더니 무청을 팔더라. 뭐할지 생각도 안하고 냉큼 쟁여왔다. 이 계절에는 먹고 지나가 주는 것이 인지상정. 이 무청과 무를 사용해 끓여 본 경상도 스타일 콩나물 무국. 경상도 출신 할머니와 함께 자라, 나는 서울토박이 이지만 경상도 음식을 먹고 자랐다. 그래서 이따금씩 경상도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이 경상도식 콩나물 무국은 원래는 소고기를 넣고 끓여 일반적으로는 소고기 무국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고기 안 먹는 나는 소고기 없이 무청과 무로 끓여본다. 뿌리부터 이파리까지. 이 또한 마크로비오틱의 '일물전체'.

 여기에 김에 버무린 쑥갓나물을 곁들인다. 해조류는 마크로비오틱의 음과 양을 생각했을 때, 비교적 중용에 가까운 식재료. 중용에 가까운 식사를 위해 챙겨먹고 싶은 식재료 이다. 이렇게 나물에 버무리면 따로 챙겨먹지 않더라도 알아서 먹게 된다. 심지어 맛나다. 김을 불에 가볍게 그을린뒤 손으로 찢어, 데친 채소에 참기름과 함께 버무리기만 하면 되니, 간단하기 까지 하다. 소금, 간장으로 간을 한 나물이 지겨울 때 시도해 볼만하고, 해조류를 챙겨먹기에도 딱인 메뉴. 

 좋아하는 막걸리 집에 왔다. 늘 환상적인 나물과 기가 막히는 막걸리 라인업을 준비해 두는 곳. 이 곳의 나물에도 드디어 말린 나물들이 등장했다. 말린 것들이 맛있는 계절이 다가왔다. 마크로비오틱이라고 해서 술도 마셔서 안될 법은 없다. 늘 그렇듯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안되는 것은 없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취하지 않으며 음과 양의 균형을 잡아주면 될 뿐. 막걸리에 나물이라니.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극단의 음양을 오가는 음주 보다야 훨씬 낫다.

 술 마신 다음 날 먹는 마크로비오틱 콩나물국. 음으로 치우친 몸을 양으로 돌리게끔, 채수 비율도 바꾸고 양의 조리로 만들어 본다. 콩나물국을 끓이기는 했지만, 요즘에는 술도 적당히 마실줄 알게 된데다가, 막거리에 나물 정도면, 음주치고는 균형이 무척 잘 잡힌 편이기에 사실 콩나물국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밥상.

 (술 마신 다음날, 먹는 콩나물국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

 오랜만에 또 만들어 보는 고구마땅콩조림. 색도 참 예쁘다. 땅콩도 고구마도 반찬으로 만들기보다는 간식으로,또는 식사 대신 먹는 일이 많은 재료. 둘다 음의 성질을 지닌 재료이기에 간식으로 너무 많이 먹거나, 식사 대신 먹으면 몸의 균형에 좋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간장으로 간을 해 졸여 반찬으로 내면, 땅콩은 물론 고구마도 균형있게 먹을 수 있다. 물론 간식, 식사 대용으로 먹을 때 벗겨내곤 했던 땅콩껍질, 고구마 껍질도 함께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다시마까지 넣어 양의 요소를 더해준다.

 할로윈이라고 코스프레를 하고 나가 노는 파티피플은 아니지만, 이 시즌이 되면 단호박으로 무언가 굽고 싶어진다. 그렇게 해서 구워본 비건 단호박치즈타르트. 두부로 만든 크림치즈와 단호박으로 필링을 만들고, 오트밀로 만든 타르트시트에 부어 굽는다. 버터, 우유를 사용하고 밀가루, 설탕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하는 일반 베이킹은 제 아무리 오븐에 구워도, 음성의 끝판왕이다. 때문에, 베이킹을 할 때에는 조금씩 음의 요소를 덜고, 양의 요소를 더하려고 노력하는 편. 이번에는 밀가루 대신 오트밀 가루를 사용해 타르트 시트를 만들고, 오랜 시간 눌러 물기를 뺀 두부를 데쳐 필링에 사용했다. 모두 일반 베이킹 보다는 양의 재료 혹은 양의 조리를 가한 예. 또같이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도, 이런 점이 일반적인 비건 베이킹과 마크로비오틱 베이킹의 다른 점이다.

 10월 말의 마르쉐는 서울숲에서 열렸다. 마르쉐를 둘러보다 저 멀리 서울숲을 바라보니 이제서야 가을을 느낀다. 이제 곧 추워지겠구나. 추워지니 뿌리채소도 먹어야 겠고, 말린 나물도 맛있겠고. 이걸 해먹어야지 저걸 해먹어야지...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하니 계절의 변화와 같은 당연한 것들을 즐기며 살아가게 되었다. 

 제대로 뿌리부터 껍질은 물론 줄기, 이파리까지 하나도 안남기고 먹는 로스트 당근. 음식물 쓰레기 한톨도 안나온다. 당근은 삶은 병아리콩과 함께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 만으로 양념을 해 오븐에 집어 넣고, 당근 잎으로 페스토를 만들어 올리면 끝. 요거 참 맛난데, 왜 슈퍼에서는 당근잎을 안파는 걸까...음으로 변해가는 계절. 양의 채소가 가진 에너지를 통째로 먹으며 그렇게 나는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사과를 수확하고 기관지를 보호하는 계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