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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Nov 06. 2018

한 겨울에 바나나, 고구마 먹는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10월 마지막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베이킹

약속이 많았던 10월 말. 할로윈에 코스프레하고 나가 노는 파티피플은 아니지만, 단호박로 뭔가 굽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정작 나는 먹지도 않으면서 베이킹을 하겠다고 단호박을 사둔 나. 그렇게 있는 재료들과 현미가루로 현미단호박 마가렛트를 만들어 본다. 동글동글 빚어 아몬드를 콕콕 눌러주며 그 분에게 이 쿠키는 너무 크려나, 조금더 눌러주는게 먹기 편하려나 등등 받는 사람을 생각해본다. 이렇게 내가 만든 아이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반죽을 성형하는 시간은 베이킹의 묘미.

벼르고 별렀던 팥밥. 아빠가 팥밥을 좋아하시기에, 다같이 식사할때에 맞춰서 팥밥을 지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팥은 마크로비오틱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신장이 약해지기 쉬운 이 계절, 노폐물의 배출을 돕는 팥은 특히 챙겨 먹고 싶은 재료이기도하다. 붓기제거에도 좋으니 평소 다리가 잘 붓는 퉁퉁이들은 겨울철에는 꾸준히 하루한끼 현미팥밥을 먹는것 만으로 몸에 변화가 보인다. 팥을 달여서 차를 끓여먹는다는 연예인 얘기도 들었는데, 평소 식습관이 엉망이라면, 아무리 팥차를 마셔도 큰 의미가 없다. 괜히 차 한잔 더 마실 바에야 밥을 바꾸는 것이 낫다. 압력밥솥을 사용해 약불에서 오래 지으면 팥을 불리지 않아도 부드러운 팥밥을 만들수 있다.

 여기에 무청된장국과 무말랭이 조림까지. 무청, 얼갈이, 배추 이런 애들은 오래 우려내면 그 자체의 감칠맛이 우러나 그냥 먹어도 맛있는 된장국을 더 맛있게 해준다. 이런 것들은 멸치육수 내는 것보다 채소만 사용하는 것이 훨씬 깔끔하다. 기껏 우려낸 채소의 깊은 맛을 멸치육수로 감추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나물이 비벼달라고 아우성 치는 비주얼.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는 것들이 가장 맛있다. 나물은 만들기도 쉽고, 주말에 만들어 두면 아침에 도시락통에 밥과 나물을 담아주기만 하면 되니, 직장인 도시락으로도 훌륭하다. 다이어트 하겠다고 한겨울에 벌벌 떨며 열대과일 바나나를 싸들고 다니는 것에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몸에 부담이 적다. 겨울에는 겨울에 몸을 보할 양성의 채소가 자라고, 여름에는 몸을 식혀줄 음성의 채소가 자란다. 조상님들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따르며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다이어트하겠다고 사시사철 고구마와 바나나를 식사로 먹다니...특히 여자분들이라면 진지하게 묻고 싶다. 생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손발이 차지는 않은지, 생리전후 증후군은 없는지.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다이어트를 하되, 자연의 흐름을 따르기를 권고하고 싶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현미밥에 제철채소를 넣은 된장국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거기에서부터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시작된다.

 요즘 새로운 취미는 김치 담그기. 김치로 만들면 더 맛있는 애들을 먹는 계절이 왔으니 담가 주어야 한다. 맛있게 먹을 만큼만 담그고 너무 시어지기 전에 다 먹는것이 내 스타일. 이번에는 무와 배추를 썰어 슥슥 버무리는 막김치. 이번달 리마 사범수업중 한가지가 마크로비오틱 한국음식 수업이라길래, 다함께 먹으려고 넉넉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수업을 들으며 동기분들한테 김치를 먹고 싶은데, 시판김치에는 젓갈이나 설탕이 들어가있어서 사먹지도 못하고 만드는 방법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정말 난감한 상황. 이런 동기들에게 설탕한톨 넣지 않고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심지어 계절을 이해하며 만든 마크로비오틱 김치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

 김치담근 날에는? 수육생각은 잠시 접어두시길. 뭐니뭐니해도 배추메밀전이다. 김치담근 날, 버려지곤 하는 배추 겉잎은 메밀가루로 옷을 입혀 전을 부쳐먹으면 젓가락 안멈추는 별미가 된다. 이렇게 배추 한통을 갖고도 버리지않고 통째로 먹는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이 가능하다. 아래에서 부터 위로 쭉쭉 찢어먹으면 배추 한장에서도 배추의 음의 부분과 양의 부분을 한번에 먹을수 있다.

 말린 것들을 먹는 계절이 돌아왔다. 호박고지와 만들어둔 당근잎 페스토로 간단하게 차려본 파스타. 간장을 또르르 부어 간을 하면 참 달고 맛나다. 여기에 쪽파도 뿌리면 더 맛있었을텐데. 쉐프님들이 보면 노하실지 모를 파스타이지만,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는 나는 한겨울에 토마토파스타는 먹고 싶지 않다... 지독하게 추운 한반도의 겨울. 겨울에는 노지채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따뜻한 계절부터 미리 채소를 말리는 식문화를 만들어왔다. 이렇게 말린 채소들은 생채소와는 다른 향과 식감을 지니니, 겨울철 입맛을 책임져주는 소중한 아이들. 이렇게 채소를 말리는 것 또한, 양성의 조리의 한가지이니, 말린 채소들은 겨우나기를 도와주는 효자와도 같다.

 또 다시 수업들으러 일본에 가는 시기가 돌아왔으니, 냉장고를 털어야한다. 그렇게 굴러다니던 자투리 채소들을 탈탈 털은 채소미소시루. 요거 한사발 마시면 몸이 따땃하다. 든든하게 먹고, 일본가서 열심히 수업듣고 올 준비를 하며, 나는 그렇게 10월을 떠나 보냈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이야기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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