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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Nov 19. 2018

소금과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사범과 첫 수업을 돌아보며

 9월부터 도쿄의 마크로비오틱 쿠킹스쿨 리마에서 사범과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마크로비오틱의 프로로서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 였다.


 지금까지의 초급, 중급에서는 마크로비오틱의 이론과 배경에 대해 배우고 상급에서는 조금 더 요리에 초점을 맞춘 수업을 들었다면 사범과의 수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크로비오틱의 프로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매 수업마다 그 주제도 강의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누카즈케를 사용한 요리로 발효와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음료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며 미각교육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한다.

 9월의 사범과 첫 수업의 주제는 ‘소금’. 이 날 수업은 마크로비오틱 업계의 카리스마 쉐프, 오카다 쉐프가 담당한 만큼, 요리 그 자체에 포커스한 수업이 될거라 생각했지만, 세시간의 수업이 짧게 느껴질만큼, 소금 하나를 갖고도 이론과 실습이 꽉 찬 수업이 진행 되었다.


 조리 실습에서는 소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와 브레제와 에튜베등의 조리기법을 사용해 채소의 깊은 맛과 단맛을 이끌어 내는 기술적인 면을 배웠다. ‘브레제’, ‘에튜베’와 같이 새로운 단어가 등장해 수강생들이 잠시 당황해 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소금을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기법은 리마의 초급수업부터 꾸준히 다뤄오는 익숙한 내용이다. 나의 글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이나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크로비오틱의 가장 기본 재료는 채소일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요리’의 면에 있어서 마크로비오틱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중의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소금을 꼽을 것이다. 인공 첨가물과 감미료 없이 채소 본연의 깊은 맛, 그리고 달콤한 맛을 이끌어내는 마크로비오틱 요리에서 소금은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당근을 소금에 살짝 재워둔 뒤 만드는 캐럿라페 또한, 마크로비오틱 요리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조리 실습에서는 이렇게 소금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게랑드소금, 히말라야 암염등의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사용하며 ‘소금’이라는 한가지 주제만으로 순식간에 네가지 요리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소금과 조리기법으로 만들어 낸 네가지 요리

 이론 수업에서는 소금의 종류와 그 성분, 맛에 대해 비교하고 각 종류의 소금을 채취하는 지역, 성분에 따라 같은 소금이라도 음양의 차이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배운다. 이렇게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에서 소금에 대해 공부하면, 요즘 히말라야 핑크솔트가 유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그것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어떤 요리에서 어떤 소금을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판단력이 생긴다. 또한 어떤 목적에서 소금을 어느 정도 양을 사용할지에 대한 판단력 또한 생긴다. 레시피에 1큰술이라고 적혀있다고 해서 무작정 그 양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사용할지, 반대로 소금 본연의 역할대로 짠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사용할지에 따라 그 양은 달라지는 법이다.


 각종 성인병으로 병원을 찾을 때, 또는 다이어트를 할때 ‘저염식’을 권하는 경우가 많기에, 요즘에는 ‘저염=건강’ 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엄연히 소금은 인간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저탄고지’ 등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탄수화물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인체활동한 필요한 요소인 만큼 적당한 양의 소금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


 WHO는 성인의 경우, 1일 5g의 소금 섭취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동물성 식품도 섭취하는 일반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 해당된다. 사람의 혈액에 염분이 있듯, 동물의 혈액에도 염분이 있다.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염분을 섭취하게 된다. 하지만 나처럼 비건에 가깝게 살거나, 비건인 경우,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만큼 동물성식품을 섭취하는 사람보다는 염분을 조금더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 (어디까지나 일반론이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다를수도 있다. 또한, 비건생활을 하기 전, 동물성식품을 상당히 많이 섭취해온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글루텐프리가 인기를 끌며 죄없는 밀이 욕을 먹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저염이 반드시 건강을 위한 선택은 아니며, 소금은 ‘악’이 아니다. ‘글루텐프리’가 유행하며 밀은 건강에 안 좋은 것이라는 인상이 생기거나, 저염열풍으로 소금이 푸대접을 받는 것처럼, 그 때마다 유행하는 ‘건강식’의 영향으로 특정 식품이 선악의 잣대로 판단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나고 자란 그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어떻게 사용할지가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것. 과학이 발전하며 삶은 편해졌지만 질병에 대한 고민은 줄지 않는 만큼, 천편일률적인 ‘건강정보’를 믿기보다는 스스로의 몸을 관찰하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아갈 판단력이 필요한 요즘이다. (같은 이유에서 다른 채식 요리, 건강식의 장르도 많겠지만, 정확한 답을 내어 놓기보다는 스스로의 판단력을 갈고 닦아가길 권하는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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