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Dec 21. 2018

돼지감자, 콜리플라워. 그리고 포타주.

12월 셋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과 베이킹 (그리고 술)

 연말 모임이 정점에 달한 주인 듯 하다. 회사에 다니지도 않고,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니 다행히도 이런 연말모임이 많지는 않다. 요가원에 가보니 밤에 요가원을 찾은 사람이 평소의 반도 안되는 것을 보니 그제서야 모임시즌이 실감난다.

 이런 나에게도 연말모임이 있다. 고등학교 3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오랜 친구들.이 친구들을 만난다 하면 우리 엄마도 다음날 나의 해장을 위해 콩나물국을 준비해두게 하는, 그런 화끈한 언니들. 이번에도 나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지 않은 곳으로 예약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주문한 메뉴가 나오자, 누가 봐도 네가 주문한 음식이라며 다들 폭소를 터뜨린다. 한참전 생일에 이 친구들에게 받은 와인과 함께 우리의 연말 모임을 즐겼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서 인지, 예전보다 칵테일 바가 인기를 끌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몇년 사이 칵테일 바에 갈 일이 늘었다. 나도 술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칵테일 만큼은 좋아하지 않는 술이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달아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 때에도 시럽이나 설탕이 들어가기도 하고, 리큐르 자체에 설탕이 들어간 경우도 많다. 칵테일 바를 자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 저 곳에서 몇번이고 메뉴를 들여다 보아도 마실 술이 없다. 어느날, 바텐더 분에게 달지 않고 드라이한 칵테일을 추천받아 마셔보니 내 입맛에는 그 술이 가장 잘 맞는 듯 했다. 그 이후, 칵테일 바에 갈 때마다 여러 번 그 술을 주문해보았는데 많은 바텐더 분들이 나의 주문을 받고 놀라곤 했다. 내가 즐겨 주문 하던 술은 마티니 였고, 마티니는 많은 칵테일 중에서도 무척 드라이한 편이며 제임스 본드의 술로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 이후로는 그냥 마티니는 잘 시키지 않으며 에스프레소 마티니로 갈아탔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고급진 칵테일 바 보다는 마음 편한 이자카야가 좋다. 

 오랜만에 나물을 무쳤다. 겨울은 말린것들을 먹는 계절이니 말린 목이버섯을 불려 제철 얼갈이와 함께 나물로 만들었다. 조선간장과 참기름을 또로록 붓고 조물조물 무쳐내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목이버섯과 얼갈이로 만든 나물은, 주말 영업 후 남은 재료들로 만든 미소시루와 함께 좋은 밥친구가 되었다. 주말 영업 때 만든 유부주머니 나베의 배추, 느타리 버섯 국물에 다시마 채수를 더하고 미소를 풀어 넣었다. 애매하게 남은 유부도 아낌없이 털어 넣으니 순식간에 제법 풍성한 국이 된다. 겨울날 햇살을 등으로 받으며, 따뜻한 미소국물을 호로록 마시고 현미밥을 꼭꼭 씹어먹는 시간은 참 편하다.

 한살림에서 무농약 국산레몬을 발견했다. 레몬은 과육보다도 껍질을 즐겨 사용하는 편이기에 이런 무농약  레몬을 발견하면 일단 사고 본다. 이 레몬으로는 즙을 짜 지난주 유부주머니 나베에 곁들인 레몬폰즈를 만들고, 껍질로는 머핀을 만들었다. 상큼한 맛이 일품인 레몬 머핀. 이번 주말 나의 팝업식당의 머핀 라인업에 추가해 두었다.

 돼지감자. 이름도 생긴 것도 귀엽다. 뚱딴지라는 별명도 갖고 있지만, 내 눈에는 귀여워 꼭 돼지감자라고 부르고 싶다. 이름에 ‘감자’가 붙어있어, 감자와 비슷한 성질의 음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감자보다도 훨씬 더 양성이며, 재배하는 시기도, 향도 다르다.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어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단호박 팥조림과 함께 당뇨환자들에게도 권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특유의 향이 있어 감자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운 본연의 향을 살리며 호불호가 갈리지 않게 먹고 싶다면 스프, 포타주가 좋다. 껍질까지 아낌없이 갈아 넣고, 콜리플라워와 함께 끓여낸 포타주. 여기에 비밀의 재료로 향을 더해줬더니 돼지감자로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포타주가 완성되었다. 돼지감자와 콜리플라워를 아낌없이 사용한 포타주라니. 이 감사한 음식은 반드시  신년에 나의 팝업식당에 내어보아야겠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운영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방구석에서 귤까먹는 시간은 놓칠수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