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리무 Sep 05. 2019

나를 사랑하는 법

한 발짝 물러서서 나 바라보기

나는 날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맛있는 것도 배 터지게 먹어주고, 사고 싶은 것도 사줬으니. 편한 옷도 입혀주고, 늘어지고 싶을 때도 그렇게 해주었다. 살이 많이 찌긴 했어도, 내 얼굴에 만족했고, 성격도 둥글 둥글 해 좋다고 생각했다. 대인관계도 나쁘지 않고, 이만하면 잘 컸다고 생각했다. 가끔 스스로가 한심해 보일 때도, 싫을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노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내가 날 많이 사랑하지 않았구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조금은 잘 못 되었구나 싶었다.


요즘 들어 어깨도 더 많이 뭉쳐 아프고, 손발도 저릿저릿했다. 쉬면서 집에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폭식하는 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안 그래도 비만인데, 입에 달다고 단 과자를 엄청 먹었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또 살이 점점 찌니, 예쁜 옷은 불편했고, 편한 옷만 찾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악순환이었다. 어깨는 더 아프고, 짜증이 올라오고,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하고. 이런 와중에도 나는 날 사랑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날 사랑한다면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몸은 나에게 계속 어깨가 아프다고, 손발이 저리다고 징징대며 말을 건네 왔는데, 그 말은 듣지도 않았다. 살이 더 찌면서 어깨가 아파지는 것 같다고 생각을 계속했는데도, 전혀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살이 쪄서, 어깨도 아프고, 손발도 저리다고 계속 말해왔다면 어떻게든 살 빼도록 도움을 줬을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날 사랑한다면, 아픈 게 나을 수 있도록 조금은 힘들더라도 도움을 줬을 텐데. 내가 날 사랑한다면, 입에 쓰더라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였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나의 건강에, 내 몸이 보내는 적신호에 무신경하고 무관심했구나 싶다. 내 몸을 너무 학대한 건 아닌지.


매번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늘 그 결심이 순식간에 무너졌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사람도 있어야지 하며, 나는 남이 날 어떻게 보든 신경쓰지 않겠어 라며,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이유를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나를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식이조절도 하고 몸에 안 좋은 건 덜 먹고, 몸에 좋은 건 좀 먹이고, 운동도 해야겠다. 또 많이 격려하고, 책도 좀 읽히고, 좋은 데도 데려가야겠다.


나에게 한 발짝 떨어져 타인이라고 생각하니, 지금껏 내가 나에게 한 행동과 말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진짜 날 더 사랑해야겠다. 좀 더 성숙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맛있는 걸 미친듯이 많이 주는 게, 몸이 편한 대로 무작정 놔두는 게 성숙한 사랑은 아닐테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나부터 나를 도와줘야겠다.


요 며칠 야채를 거의 먹지 못한 나에게 주는, 서브웨이 로스트 치킨 샐러드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때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