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감각적인 비유
법학과에 진학했다. 흥미로운 학문은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잘 맞았다. 한 학기는 성적이 잘 나와, 전액 장학금도 받았었다. 맞다. 자랑이다. 그러다 3학년 때부터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신문방송학과에서는 광고 수업을 주로 수강했는데, 광고를 만들어보는 수업보다 광고 비평 수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관점에 대해 배우고, 그 관점에서 광고를 분석하고, 비평해보는 수업이었다.
한 번은 기호학에 대해서 배웠고, 기호학적 관점에서 광고를 분석해오는 게 과제였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 노인, 가족, 자동차 등등 그것들이 상징하는 것에 대해서 분석했다. 짧으면 15초, 길면 60초 정도 되는 광고 속에는 의외로 정말 많은 기호들이 숨어 있었다. 광고는 기호와 상징, 비유를 통해 고정관념이나 편견, 선입견을 강화시켰다.
광고보다 더 긴 호흡으로 끌고나가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보다 더 교묘하고 은근한 기호와 상징이 내포되어 있다. 어느 때는 그걸 분석하며 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콘텐츠가 말하고 보여주는 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교묘하고 은근하게 고정관념이 자리 잡는다.
작가가 의도했을 기호나, 혹은 작가도 모르고 넣은 기호들을 발견할 때 희열을 느낀다. 대사로 말하고자하는 바를 녹여낸 작품보다는 기호를 통해 은근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한 작품을 만나면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진다.
스포를 다 당하고 본 ‘기생충’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정말 기호와 상징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었다. 몰입감도 정말 좋았지만, 이런 은근하고 교묘한 상징과 비유가 상당히 많아 작품성 있다는 평가를 받는 듯하다.
사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조금 더 생각하며 작품을 본다면 나름대로 쉽게 기호나 상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색하지 않게 작품에 녹여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훨씬 더 고차원적이다. 비평을 잘 하는 것과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떤 콘텐츠를 마주할 때, 그것이 품고 있는 기호와 상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한 번 더 비틀어 생각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해야겠다. 눈만 돌리면 콘텐츠 천국인 이 곳에서. 더 나아가 선한 기호들을 은근하게 녹여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은근하고 교묘하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 하나에 조금 더 관심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