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이 있던 마을

by 혜윰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마저 올라가기 위해 걷고 있다. 중간중간 친구들과 사담도 하고 재미있는 사진도 찍으면서 걸었다. 생각보다 맨 꼭대기로 가는 길은 높았으며 가팔랐다. 몇 개의 계단을 올랐는지도 기억이 안 날 때쯤 거의 목적지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이다. 골목을 걷다가 친구 중 누가 뒤돌아서 저기 풍경을 봐봐! 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는데 저 골목 사이로 저 멀리 쿠스코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지붕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보니 또 다른 세사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등산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풍경 구경 중 한 가정집 앞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일단 우리 중에 그나마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혜진누나에게 부탁해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조심스레 그들에게 다가선 누나는 차분하게 우리랑 함께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라며 물었고, 가족은 웃으면서 흔쾌히 좋다고 얘기했다. 생각지도 못한 승낙에 너무나 기뻤다. 나는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고 누나와 문석이가 그들 가족과 사진을 찍기로 했다. 승재는 어색했는지 내 옆에 서서 촬영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촬영은 정말 설렜다. 저 멀리 쿠스코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배경을 뒤로하고 셔터를 눌렀다. 쌍둥이 꼬마 아이들도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았던 아저씨도, 그리고 무슨 일이지 신기하게 바라보던 멍멍이도 함께 담았다. 시간은 짧았지만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배려해준 덕분에 즐겁게 몇 장의 사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원한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우린 헤어지는 순간에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언덕의 끝이 보인다. 다 왔다는 생각에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 이게 웬걸? 아직 정상이 아니다? 대신 오래된 길이 보였고, 그 길 위에는 녹슨 선로가 깔려 있었다. 그 선로는 길을 따라 길게 놓여 있었는데 아마 오래전, 이 길 위에서 기차가 다닌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철로는 잡초들이 덮어가고 있었다. 아마 이곳도 기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부유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옛날 석탄을 캐던 광부들의 마을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환경은 예상 가능한 것처럼 많이 낙후되어 있고 주변엔 폐허를 눈에 띄게 볼 수 있을 정도며 상점이었을 공간에는 오래된 인형만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선가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여자아이 셋이서 우리를 보면서 까르르 웃고 있었다. 아마 여행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이곳까지 잘 안 오는 곳인데 외지인 4명이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여간 신기하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그리고 여기에도 멍멍이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반려동물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쁘게 꾸미지도 그렇다고 잘 가꾸지도 않았지만 동물들의 얼굴은 마냥 편해 보이는 게 생활에 만족하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수줍은 듯 연신 웃음만 내비칠 뿐이었는데 승재가 조심스레 곁에 가서 앉으니 더욱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승재의 얼굴이 보기 편안해 보인 건지 아니면 착하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도 싫어하는 내색보다는 신기하고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승재를 바라보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치 텔레파시처럼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이 눈과 눈을 마주치며 웃어 보이는 모습이 참 이쁘게 다가왔다. 그 순간도 놓칠 수 없어 사진을 담아 놓았다. 승재 다음으로는 문석이가 가서 말을 걸어보았는데 짤막한 인사 정도를 건넸던 거 같다. 계속 같이 있고 싶었지만 이제 곧 있는 해가 저물 것 같아 아쉬운 인사를 건넸다. 멀리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던 세 명의 소녀가 아직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멀리 갈 때까지도 지켜봐 주고 손 인사도 계속해서 건네주던 모습이 말이다.


철길을 따라 걷고 있다. 눈앞에 한 소녀와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과 마주쳤다. 우리는 수줍게 인사를 건넸는데 동생은 낯설고 어색했는지 뒤돌아 도망가려 하는데 누나가 동생을 붙잡으며, 인사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멀뚱멀뚱 쳐다보던 아이는 어색하지만, 누나와 함께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고 싶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어 아이들에게 찍어주겠다는 제스쳐를 취했는데 아이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이 순간 내가 사진을 배웠던 게 또 카메라를 매고 있던 게 그리고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별거 아닌 일처럼 하던 사진이 이 아이들로 인해 가치가 있어 보여 너무나 뿌듯했다. 그나마 내가 사진을 찍을 줄 알았기에 이 순간은 담을 수 있었구나... 배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말이다.


어느 틈엔 간 동생은 누나 품을 떠나 도망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 어색했던 거 같다. 아마 나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아이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렇게 누나는 동생을 바라보다 순간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나는 그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 이해 할 수 있었다. 밝게 웃으며 돌아보던 소녀의 웃음은 마치 봄의 대지가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햇살 아래 초록의 새싹을 틔우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그 순간을 나는 사진에 담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사진처럼 보일 순 있겠으나 나에게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그 순간의 충격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꼭 다시 와서 이 친구에서 사진을 건네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 우리에게 미소를 건네주던 그 사람들에게 미력하게나마 사진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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