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Chagall (1887 러시아 제국 - 1985 프랑스)
3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1911년 작품
'나의 약혼자에게 바침 To My Betrothed' 온통 빨간 색이다. 사실 온통 붉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은 이미 홍조의 바다였기 때문이다. 한데 이 바다에서 샤갈은 빠져나오고 싶었을까. 비테프스크 화실에서 뽀얀 벨라의 속살이 자신의 문 앞에 온몸보름달처럼 떠 있을 텐데. 성직자 일지라도 그 정염은 견디기 힘든 유혹일텐데 말이다. 그런 탓일까 샤갈은 달아오르는 자기 몸을 황소의 힘으로 상징하고 있다. 욕망이 잦아들지 않는 파리의 밤, 그런 밤의 기억이 이야기가 내게도 있으니 나 또한 황소가 아니고는 이 작품에 머물 까닭이 없었다.
Interior II에 이은 이 작품은 입체파의 병렬 구성을 원형으로 시도했다. 황소의 목덜미를 휘어 감은 표현은 이 시도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이 원은 황소의 오른팔 중심에 초점을 만든다. 그 원형이 마치 피자 조각처럼 공간을 창조했다. 삐딱하고 엎질러진 꽃병과 스탠드가 각각 한 조각씩 차지한다. 샤갈의 심경을 시계의 분침이 지난 흔적을 표현한 것이다.
밤은 길고 벨라는 멀리 있다. 가난한 마음에 가득한 것은 사랑하고 싶은 애타는 심정뿐, 이날부터였을까 샤갈이 시인이 된 것이 말이다. 한데 이 작품의 기상천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침을 뱉는 여인이다. 이 여인은 누구일까. 작품 제목에서 드러난 약혼자 벨라일까. 정말 그럴까. 어째서 샤갈은 벨라를 교양 미 떫은 여인으로 묘사한 것일까. 설마 마사이 족 인사법을 옮긴 것일까. 아니면 음탕한 자기 마음을 침으로 정제하고자 한 의도일까. 온통 의문 투성이다. 하지만 그래서 이 작품은 더 재밌다. 한번즘 있음 직한 내 기억 속 조각 얘기인 것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뜨겁고 묵직하고 늘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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