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Chagall (1887 러시아 제국 - 1985 프랑스)
3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1911년 작품
1911년 작품으로 소개된 두 작품 공통점은 당나귀이다. 에펠탑 앞 당나귀는 수레를 끄는 듯 힘이 부치는가 샤갈은 어둑어둑 표현했다. 반면에 고향 비테프스크를 떠 올리는 당나귀는 푸르다. 두 내외가 애지중지 하는 양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한 편을 표현한 듯싶다.
샤갈 작품에는 당나귀 또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해석도 분분하다. 자신의 모습을 은유 상징한 것이라고도 하고 내면의 자아라고도 한다. 적어도 작품을 얘기 물꼬를 트는 데 있어 중요한 오브제인 것은 사실이다. 파리라는 신식 도시 속 당나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가난한 샤갈 자신의 자화상 같았다. 하지만 붉은 기운이 캔버스를 장악하고 있고, 그 중심에 에펠탑이 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속내는 샤갈의 야망이 깃든 작품이다.
도시 곳곳을 누비고 라 뤼슈로 돌아와 앉은 샤갈은 눈을 감는다. 야심을 숨길 수 없는 파리는 고단했다. 하지만 아스라이 떠 오르는 고향은 빈 주머니 샤갈에게 유일한 안식이었다. 그중에서 제일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은 주린 배를 채우는 식량이었다. 이 따듯한 기운을 그냥 둘 수 없는 샤갈은 야수파의 색감으로 한 점 망설임 없이 붓질을 한다. The Green Donkey는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었으리.
도시는 붉고 고향은 녹색이다. 파리에서 샤갈은 수레를 끌어야 하지만 비테프스크에서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라는 느낌, 야수파는 샤갈에게 자아를 표현하는 색을 부여했다. 번쩍 눈이 떠졌다. 자기 그림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었다. 입체파에서 얻은 영감은 꿈과 기억을 담은 공간을 창조했고, 그 공간을 채우는 이야기를 칠할 색감은 야수파에게서 얻었다. 1911년은 샤갈에게 그런 해였다. 껍질을 깨고 비로소 화가의 삶을 살아도 후회 없을 것이라는 각오가 선 그런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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