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규 #인문학
유월 그 즈음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여름을 알리고 장마철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요란하지만 내게는 어느 해 그 날을 떠 올리게 하는 날이다. 마치 매년 치러야 할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비가 온 날이면 그 사람 기분은 유난했다. 말 수는 적었고 비 내리기도 전에 눈동자는 이미 빗물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옆 모습으로 바라보는 내가 한 일이라곤 자동차 썬 루프를 미리 깨끗하게 닦아 두는 일뿐이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썬 루프 창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날 풍경이 그 사람에게 유일한 위로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썬 루프를 살짝 개방하고 그 사람 얼굴로 쏜살같이 내려 꽂히는 빗방울에 앗, 차가~ 라는 짧은 한 마디라도 없었다면 내 존재는 비 오는 날 만큼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비 오는 날 그 사람과의 추억 전부는 아니다. 운 좋게 어둠 속에서 장마 비가 그치고 처마 한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가 그 사람을 나의 그 사람으로 돌려보낸 날은 마치 1926년 마크 샤갈 작품 Couple in the Rain 과 닮았다. 유월 그 즈음 나는 매년 그 추억으로 비 내리는 하루를 보낸다.
한데 내년 유월 이 즈음은 다른 추억 하나가 더 붙어 따를 것 같다. 내:일을 여는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내 모습이 EBS 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일이다. 생경하고 경이로운 기분을 유월 동안 맘껏 누렸고, 많은 분이 본방사수하며 인증과 함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마치 돌잔치 주인공이 된 듯도 싶어 여차하면 돌잡이 하듯 마이크를 잡고 라이브로 방송할 뻔했다.
이런 관심과 성원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 같은 기회가 내게 닿아 내 마음 속 새 살을 돋게 하고 꽃을 피우고 가꾸는 심성을 간직하라는 계시를 받은 것 같아 볼 일 없는 내 삶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일이 없었다면 고마움도 살가움도 없이 한 계절 한 시절을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름 위에서 이제 막 내려왔다. 하늘 위에서 본 내 삶이 비록 땅콩만 했지만 현실 속 내 삶은 점점 숲이 되고 있었다. 이 곳을 더 숲 답게 일구는 일이 신이 내게 준 새로운 사명이다.
매월 [H갤러리]를 성원해 주시고 아껴 주신 블러거 님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7월은 장대 비와 바늘 같은 햇빛이 가득한 날이 많습니다. 모쪼록 건강한 여름 나시 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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