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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Aug 04. 2022

[삼삼한] 7월 · H갤러리 매거진 다운로드

1930년 경. Les amoureux en bleu 푸른색의 연인                                


그림 한 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마음은 무겁고 머리는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까닭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더 답답했다. 그 즈음 꽤 괜찮다고 여긴 몸이 웬일! 비대해지는 것이 아닌가. 마치 진격의 거인 속 그 괴물 같았다. 만보 걷기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들쑥날쑥 했다. 7월 매일매일을 그렇게 보냈었다. 아, 이러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 듯싶어 빨리 떨치고 일어나겠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던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 내 손목을 잡고 끌고 간 것 같지는 않다. 한데 내 손에 ‘사마천의 사기 열전’ 서너 권이 쥐어 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겉표지를 읽었을 뿐이다. 불쏘시개로도 쓸 수 없다고 여겼다. 불꽃을 틔울 부싯돌은 정작 없는 것일까 체념에 다다를 찰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제해결!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하고 명성을 쌓게끔 이끈 주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트게 만든 매개체였고, 여러 지인이 내게 조언을 구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너무 살갑게 들러붙어 있어 내가 그이고 그가 나인 양 살았다. 한데 이제는 그 존재를 다시 들춰내 새로 정돈할 시점이 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이방인처럼 굴었다. 


사기 열전을 촉매제로 써 볼까 싶었다. 한국 사마천 협회 김영수 교수 강독을 들으며 실마리를 찾았고, 미력하나마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문제해결을 잘 하고 싶은 [그대에게] ‘등고자비 登高自卑 즉,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사유고연 事有固然 모든 일에는 당연한 이치가 있다’라는 사자성어를 쓰고 읽고 마음속에서 가다듬자 그림 한 편을 볼 수 없을 만큼 심란했던 내 몸과 정신이 조금씩 일체가 되고 있었다. 푸른색의 연인(Marc Chagall, 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샤갈의 못된 손(?)도 이제서야 발견했다(그의 다수 작품에서 샤갈의 손은 늘 벨라의 허리는 아니었다).  



매월 [H갤러리]를 성원해 주시고 아껴 주신 작가 님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8월 폭염이 잦아들면 어느 새 가을 입니다. 사늘한 바람이 달빛에도 묻어나겠네요. 모쪼록 알찬 피서 즐기시고 행복한 8월 지으시 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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