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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12. 2020

[삼삼한] 싱어의 능력

조미진 작가. 20180420.

카슨 맥컬러스(1917-1967)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소설 등장인물   명인  캘리의  "꿈이 생생한 만큼 외로움과 절망도 생생했다"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하려 했다. 그것이 끓어올라 독이 되기 전에 누군가에게 던져 버려야 하니까"이라고 말한 제이크 블라운트의 말은 시작부터 불쾌한 문장이었다.


믹은  사냥에 나선다. 꿈이 생생하니 조준도 쉽고 포획도 쉽단다. 블라운트는 어떤가. 자기 안의 말을 토해내지 못하면 병이 된다 것을 안다. 화병으로 죽으면 사람들 조롱거리가  것이라며 자기 죽음을 독살로 보이길 원하는 블라운트다.  


그런 그들 앞에 청각장애 벙어리 싱어가 있다. 먼저 믹이 싱어를 조준한다. 독화살 같은 말을 퍼붓는 쏟사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싱어에게는 믹은 꿈을 이룬 음악가이다.  미소 짓고 웃어준다. 의기양양하게 떠난 자리에 블라운트가 찾아온다. 흑인 인권 운동가 코플랜드 박사도 다녀갔다. 마지막으로 뉴욕 카페 주인 비프 브랜넌의 비루한 일상까지 듣고서야 싱어의 하루는 끝난다.  

이들은 싱어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사실 그런 능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고 있는 편이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야 싱어에게 자신들이  행동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는 독자인 나는 부아가 치민다.

 다른 친구 안토나풀로스는 싱어의 유일한 친구다. 싱어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 벙어리다. 그가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탔을  싱어는 슬픈 수화를 했다. 하지만 그는 런치 박스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느라 싱어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안토나풀로스가 죽었을 , 싱어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그와 같이 먹으려 했던 딸기를 먹었다. 입안 가득한 딸기 향은 자신을 어디론가 인도하는 듯싶었다. 싱어는 밤늦게까지 거리를 쏘다녔다. 냉커피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재떨이와 컵을 씻어 가지런히   싱어는 자살했다.

싱어가 없는 마을 일상은 달라졌다. 뉴욕 카페에 다니러  사람은 없었다. 카페는  닫은  없지만, 안팎을 자물쇠로 누군가 채웠어도 괴괴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거미 발자국 소리만은 컸다.


마을 사람들은   창으로 카페 문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싱어가 나타나면 제일 먼저 뛰어 갈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유령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쯤도 그들은 일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유령이 되어 간다고 느끼지도 말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 싱어가  돌아올 것이라고만 믿고 있을 뿐이었다.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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