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후배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들은 첫 말이었다. '처신'이라는 낱말을 사용한 것이 생경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세상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무어냐?'는 건데···.
이직한 지 한 달 남짓 된 후배는 의욕이 넘쳤다. 그 에너지가 담장을 뚫고 나갈 기세였나 보다. 며칠 전 "A 대리! 우리 부서는 주목받기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지" 라며 잘 새겨들으라고 팀장이 말했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자신에게 '변화의 동력'을 당부했는데, 팀장은 동력을 끊는 것 같아 '서운하다' '무슨 속셈인가' 하는 반감이 들었다고 했다.
팀장에게 '감사'하라고 말해줬다. 의외의 답변에 후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사'의 의미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했다. 사장은 밤에나 볼 수 있는 별과 같고, 팀장은 '태양' 같다고 했다. 비유가 너무 억지스럽다고 후배는 의아해했지만, 매일매일 부대끼는 횟수를 생각해 보라 했다.
태양은 보편적으로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어둠을 쫓아내고 떠오르는 태양은 만물이 움직이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자연을 성장시킨다. 이와 같은 이치로 "너를 대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물었다. 그런 팀장 마음을 꿰뚫고 있다면 처신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후배 반감은 쉽게 수 그러 들지 않았다.
태양의 또 다른 힘은 생명을 바짝 말리기도, 녹이기도, 태우기도 한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좋은 본보기다. 다이달로스(이카루스의 아버지)는 태양 가까이 가는 것을 몇 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경고를 무시했고 추락했다. "지금이 이와 같은 상황은 아닐까" 하니, 후배는 팀장에게 유리한 굉장히 우호적인 해석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팀장 관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한다.
일에 대한 후배 자부심은 굉장히 높았다. 회사가 '발전'을 거듭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그런 힘과 순수함을 팀장이 과욕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장은 후배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없는 지를 되물은 것은 아닐까. 아쉬운 것은 표현이 좀 후배 일을 돕기는커녕 어깃장을 놓는 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판단은 후배 몫이다. 팀장의 말 의미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로 말한 것인지 '날개를 태우는 열'인지는 분간할 수는 있어야 한다. 그나저나 팀장을 태양으로 비유한 것이 그렇게 억지스러운건가. 889.